외롭다면? 수면 부족이 원인일 수도 (연구)

잠이 부족하면 외로움을 더 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UC 버클리 대학교 연구진은 청년기 성인 18명을 대상으로 푹 잤을 때와 잠을 설쳤을 때를 비교했다. 사람들이 걸어오는 비디오 영상을 보여주고 너무 가까이 다가왔다는 느낌이 들 때 테이프를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잠이 부족한 상태의 참가자들이 더 빨리 테이프를 멈췄다. 푹 잔 상태와 비교하면 거리상으로 60%가량 멀찍이 있을 때 이미 ‘너무 가깝다’고 느꼈던 것.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촬영한 뇌 스캔 영상에 따르면, 잠이 부족한 참가자들은 위협을 느끼는 부위가 더 활발하게 반응했다.

연구진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다른 실험도 진행했다. 사진을 보여주고 얼마나 사교적인 사람일지 점수를 매기게 했다. 사진 속에는 잠이 부족한 사람들이 섞여 있었는데 대체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심리학과 매튜 워커 교수는 “잠이 부족할수록 사회적 관계의 필요성을 덜 느끼고, 그런 상태의 사람에게 타인들은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서 “수면이 부족하면 따돌림을 당하고, 그래서 더 외로워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류는 외로움이라는 역병 속에 살고 있다. 영국에서 900만 명의 성인이 외로움을 호소한다. 만성적 외로움과 사회적 소외는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지난해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은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수준의 해를 끼치며 비만보다 위험하다. 또 사회적 관계가 좋은 사람들은 조기 사망 위험이 50%나 낮다.

수면 부족이 외로움을 일으키는지, 반대로 외로움이 수면 부족을 초래하는지는 불명확하다. 매튜 교수는 “양쪽 방향 모두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롭다고 느끼면 불안한 마음에 잠을 제대로 못 잘 수 있고, 그렇게 잠이 부족해지면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외로운 사람들의 수면은 양이 아니라, 질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에 큰 차이는 없으나 푹 자지 못하기 때문에 신체적 정신적 복원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올해 초 트레이시 크라우치 체육 및 시민사회 장관을 외로움 문제를 담당할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으로 겸직 임명할 정도로 고독의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캠페인 ‘외로움을 끝내자'(End Loneliness)의 대변인 앨리스 스트라이드는 “고독은 한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라며 “예컨대 질병이나 경제 문제는 외로움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을 걱정하고, 돈 문제로 머리가 복잡하다면 잠을 제대로 못 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면 문제가 외로움의 악순환에서 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Sleep loss causes social withdrawal and loneliness)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고,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사진=Marcos Mesa Sam Wordley/shutterstock]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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