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인지장애, 건망증과도 치매와도 달라…무엇이?

나이가 들면 깜빡깜빡하는 일이 잦아진다. 단순 건망증일 수도 있지만, 동일 연령대에 비해 기억력이 저하된 ‘경도인지장애’일 가능성도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단순 건망증과 치매의 중간단계쯤으로, 이 두 가지와 차이가 있다.

치매는 기억력 저하와 함께 심리와 행동, 인격 등에 변화가 일어난다. 반면 경도인지장애는 판단력, 지각능력, 추리능력, 일상생활능력 등은 보존되고, 기억력에만 문제가 생긴다.

건망증과도 다르다. 건망증이 단순히 무언가를 잊어버리는 것이라면, 경도인지장애는 어떤 사건을 잊은 상황 자체가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즉 아직 치매는 아니지만,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장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질병코드: F067)는 지난 5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2013년 8만5140명 → 2017년 18만1841명). 또 전국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 무려 27.8%가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박정미 교수는 “치매나 경도인지장애는 노화나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며 “인구의 고령화가 빨라지고 경쟁 사회에서의 스트레스가 많아지면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진행될 확률이 매우 높다. 정상인은 1년에 1% 미만으로 치매가 발생하지만,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8~10% 정도다. 정상인의 10배 가까이 치매 발생빈도가 높다는 것. 하지만 정확한 검사와 빠른 치료를 시작하면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경도인지장애와 치매의 원인을 △생각이 너무 많거나 심한 스트레스가 지속되는 경우(화열) △노화로 인해 장기와 심신의 기능이 떨어지고 신체가 허약해져 정신 작용이 약해진 경우(기허, 음허) △몸 안의 체액이 여러 원인으로 제대로 순환하지 못한 경우(담음) △피가 몸 안의 일정한 곳에 머물러 생기는 어혈이 있는 경우 발생한다고 본다.

박정미 교수는 “한방치료를 병행해 인지장애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며 “치매 및 경도인지장애 등의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한방치료로는 침, 뜸, 한약 등이 있다”고 말했다. 한약 중에는 원지, 인삼, 황기, 당귀 등으로 이뤄진 가미귀비탕이 동의보감에서 건망증 치료의 대표적인 약으로 처방돼왔다. 경증과 중등도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게 가미귀비탕을 처방해 증상이 개선된 일본의 연구 보고도 있다. 평소에는 걷기와 같은 적절한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 책 읽기 등으로 인지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기억력 저하와 함께 아래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보도록 한다.

1. 은행 송금 금액, 아파트 번호키 등 숫자와 관련된 일에 전에 없던 실수를 한다.

2. 바둑, 장기, 고스톱 등의 게임이나 일상적인 취미활동을 전처럼 잘하지 못한다.

3. 최근 일어난 일이 빨리 생각나지 않는다.

4. TV 드라마나 책에서 보고 읽은 내용이 잘 이해가 안 돼 엉뚱한 질문을 한다.

5. 집안일, 업무 등에 집중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능력이 떨어진 것을 느낀다.

5. 가족 생일, 약 복용 등 지속적으로 알아온 일을 깜빡 잊는다.

6. 운전 중 실수가 잦아지고, 지하철 환승 등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을 느낀다.

[사진=SpeedKingz/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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