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급감하는 중소 병원, “대형-동네 병원 사이에서 고사”

김윤 교수 “전문화만이 중소 병원 살 길”

대형 병원과 동네 병원 사이, 중소 병원의 환자 수가 점점 감소하고 있다.

9일 ‘상급 종합 병원 환자 쏠림 가속화에 따른 병원계 대책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경영 악화를 겪는 중소 병원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현재 문재인 케어에서 중소 병원이 소외받고 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대한중소병원협회 양문술 정책부위원장은 “현재 정책에서 중소 병원은 가장 소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 부위원장에 따르면, 중소 병원은 자기 자본 비율이 높지만 의료 이익율은 낮은 편이다. 대형 병원과 경쟁하면서 의원과도 경쟁하는 이중 경쟁 구도 속에서 중소 병원이 설 곳이 없다는 호소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케어의 보장성 강화가 중소 병원은 비껴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서울권 5대 병원의 입원 암 환자 수는 각각 6.1%, 9.3% 증가했지만 그 외는 모두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대형 병원과 수도권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심화시켰다는 지적은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게다가 지난 7월 1일 상급 종합 병원과 종합 병원의 2~3인실 급여화가 시행됐다. 급여화 시행 이후 상급 종합 병원 2인실은 절반 가까이 비용이 줄어 중소 병원의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 병원을 살리기 위한 대안은 이미 여러 번 제안됐다. 대표적으로 경증 환자의 상급 종합 병원 이용을 제한하고, 중소 병원 수가 인상, 간호 인력 공급 확대 등이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 대학 교수는 이러한 전통적 대책은 모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대형 병원 선호 현상은 손대기 어려우며, 중소 병원만 수가를 올리자는 제안도 비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소 병원에 간호 인력이 부족한 것은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근무 환경의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이제 중소 병원은 기능 분화와 강화를 통해 ‘포지셔닝’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병원은 1700여 개에 달한다. 그 가운데 단과 병원이 약 52%로 많은 것이 우리나라의 특징이다. 이 점에 기반을 두고 김윤 교수는 전문 병원을 육성하자고 제안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단과 병원을 전문 병원으로 인정해 전환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관절, 안과, 접합 등을 예로 들었다. 또, 전문 병원 수가를 신설하고 의료 질 지원금 확대 등 가산 제도 도입도 전문 병원 육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원, 병원, 종합 병원 등이 의료 전달 체계 차원에서 자기 역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쏠림 현상이 가장 심한 상급 병원은 난이도 높은 질병과 시술로 전문화를 추구하고, 중증환자를 진료하는 데 중점을 둘 수 있다. 환자의 의뢰 수용, 회송, 협진 기능을 동반해 지역 거점 병원의 리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김윤 교수는 이와 함께 진료 유형을 나눠 진료비 차등제를 두자고 제안했다. 외래에서 1차 진료의가 진료 가능한 질병이나 수술 처치는 1차 진료로, 전문의 진료가 필요한 질병 및 일반적 입원 수술은 2차 진료로 구분할 수 있다. 3차 진료는 분과 전문의가 필요한 희귀 난치 질환이나 고도 중증 질환, 특수 시설 장비가 필요한 수술 처치 등으로 정의가 가능하다.

또 병상 공급 과잉 지역에 신규 의료 기관 진입 장벽을 높이는 병상 총량제 방안도 나왔다. 또 경영 한계에 봉착한 중소 병원에는 한시적 퇴출 및 인수합병 허용 방안도 거론됐다. 김윤 교수는 “신규 병원 설립 기준을 종합 병원은 300병상 이상, 전문 병원은 100병상 이상으로 두어야 한다”며 “하지만 지역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StockLite/shutterstock]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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