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부족하다면 두 개로”, 세계 의료 역사에 획을 긋다

성공률 97%, 기존 수술법으로는 생존 불가능했던 500명을 살린 수술. 세계 최초로 대한민국 의사가 개발한 2대1 간이식 수술이 500례를 돌파해 세계적인 기록을 세웠다.

8일 오전 서울아산병원에서 말기 간 경화로 투병 중인 양 씨의 2대1 생체간이식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1994년 처음 시행된 생체간이식은 말기 간 질환의 유일한 치료법이자 표준 치료법으로, 이번 수술을 통해 서울아산병원은 2대1 생체간이식 500례를 달성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팀은 최근 생체간이식 수술 5000례라는 세계적인 기록을 세웠기도 하다.

2대1 생체간이식은 간이식·간담도외과 이승규 교수가 개발해 서울아산병원이 주로 시행하는 고난도 수술법이다. 기증자 조건에 맞지 않아 생체간이식 수술이 불가능했던 말기 간 질환 환자들에게 기증자 2명의 간 일부를 각각 기증받아 한 명의 수혜자에게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 방법이다.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은 2명의 기증자 간 절제술과 수혜자 수술 즉 3명의 수술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고, 수혜자에게 두 개의 간을 이식하는 만큼 수술 과정이 기존의 1대1 생체간이식보다 훨씬 복잡하다.

기존에는 기증자 간의 좌·우엽의 비율이 기준에 맞지 않거나, 지방간이 심할 경우 혹은 수혜자의 체격에 비해 기증할 수 있는 간의 크기가 지나치게 작은 경우 기증자 한 명으로 간이식 수술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을 통해 2000년 3월부터 2018년 8월까지 기존의 생체간이식 수술법으로는 생존할 수 없었던 500명의 말기 간질환 환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이 역시 세계 첫 기록이다. 수술 성공률이나 생존율 또한 기존의 1대1 생체간이식 수술과 동등하다.

이번 생체간이식 수술 5000례를 달성한 서울아산병원은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성적인 97%의 수술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치료가 어려운 중증 환자들을 제외하지지 않았음에도, 97%(1년), 88.5%(3년), 87%(5년)라는 뛰어난 생존율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5500명 이상의 간 기증자들 또한 단 한 건의 사망이나 심각한 합병증 발생 없이 모두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기증자 복강경 수술을 통해 최소 절개 간 절제술이 이루어져 흉터를 최소화하고 있다.

이승규 교수는 “말기 간 질환을 앓고 있는 절체절명의 중증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세계적 기록을 달성한 것”이라며 “가장 큰 원동력은 생명을 살리기 위한 팀원들의 협력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SvetaZi/shutterstock]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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