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먹은 줄 알았더니…자율신경 고장

연이은 무더위로 힘이 없고 속이 불편해 “더위 먹었다”고 표현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보통 이 표현은 일사병을 이르는데, 햇빛에 오래 노출되지 않았어도 비슷한 증상이 생긴다면 전혀 다른 질환일 수 있다.

“더위를 먹다”라는 말은 더위 때문에 몸에 이상이 생기거나 병이 생길 때 쓰는 말이다. 현대 의학에서는 장기간 햇볕에 노출되어 혈액과 체액이 손실돼 일사병, 열사병이 발생할 때 더위를 먹었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실제로 중증 일사병 환자는 흔치 않고, 주로 실내생활을 해도 어지러움,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더위에 지쳐서 기운 없고 식은땀도 흘리며 잠도 못 자고 소화도 안 되는 상태, 즉 ‘더위 먹음’의 실체는 무엇일까?

우리 몸의 교감과 부교감, 이 두 자율신경계가 있는데, 이 두 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지면 소화관의 운동, 땀의 분비, 체온 조절 같은 인체의 생리적인 부분에 문제가 생긴다. 이를 자율신경 실조증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더위 먹음’은 자율신경이 담당하는 체온과 땀 조절 기능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고석재 교수는 “평소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린 사람, 면역력이 떨어진 노인에게 흔하다”며 “에어컨의 찬 바람이 싫거나 소화 장애를 동반하거나 머리가 아프고 현기증이 같이 올 때가 있다면 더욱 확실하게 자율신경 실조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율신경 실조증은 심장박동의 변이된 정도를 측정하는 심박변이도 검사(Heart Rate Variability)로 측정할 수 있다.

자율신경 실조증에 걸리면▲ 몸이 나른하거나 쉽게 피로해지고 ▲ 잠잘 때 식은땀을 흘리며 ▲ 감기에 잘 걸리거나 걸리면 잘 낫지 않는다. 또한, ▲ 깊은 잠을 자기가 어렵고 ▲ 일어날 때 현기증이 있거나 ▲ 손발이 저리고 소화가 안 되기도 한다.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자율신경 실조증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이제 흔한 질환이다. 더위를 먹었다고 찬 음료나 음식을 과하게 섭취하거나 지나치게 냉방을 하면 회복이 어렵다. 고석재 교수는 “자율신경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실내와 외부의 기온 차를 지나치게 하지 말고 무리한 활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사진=Adam Gregor/shutterstock]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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