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서 겔포스 팔겠다는 건 적폐”

정부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안전상비약 품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대한약사회가 친재벌 정책이자 적폐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약사회는 2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약사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스스로의 기준을 무시하고 편의점 판매 약을 확대하려 한다고 비난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한약사회 강봉윤 정책위원장은 “편의점 판매약 품목을 확대하려면 해당 약은 복지부가 제시한 안전성 기준에 적합해야 한다”며 “하지만 복지부가 추가하려는 겔포스 등은 이 기준에 맞지 않는 약이다. 새로운 안전 기준을 만들고 협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의 안전상비의약품 안전성 검토 기준에 따르면 ▲ 오남용으로 인한 내성 발현 우려 ▲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 ▲ 영유아, 노인 등 특정 대상에 대한 금기 사항 ▲ 서방형 제제, 구강붕해정 등 특수 제형으로 복용 및 사용방법 주의가 필요한 의약품은 편의점 판매 약에 포함되지 않는다.

복지부가 추가하려는 겔포스의 경우 3개월 미만 유아 복용을 금지하고 있다. 실제로 안전성 검토 자료에 따르면 겔포스는 지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7건의 부작용이 보고됐다. 지사제인 스멕타도 같은 기간 동안 116건의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어 편의점 판매 품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약사회 주장이다.

강봉윤 정책위원장은 “지난달(7월) 26일 진행된 국회 업무보고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 류영진 처장이 적합하지 않다고 복지부에 보고한 바 있다”며 “복지부는 스스로 제시한 안전성 검토 기준에 해당되지 않은 약을 포함하려는 자가당착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강 위원장은 “2012년 11월부터 편의점 상비약 판매가 이뤄졌다. 이명박 정권부터 박근혜 정권까지 이어져 왔는데 이는 전형적인 재벌 친화적인 정책이고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의약품을 추가하겠다는 건 전형적인 적폐 정책”이라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편의점 운영 업체인 재벌유통업체가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편의점 의약품 판매 수익을 대부분 가져가고, 편의점주에 비해 7배 높은 수익을 챙겨가고 있다는 게 강 위원장 설명이다.

특히 약사회는 복지부가 상비약 지정심의위원의 개인 의견이었던 2개 품목을 빼는 대신 2개 품목을 추가하자는 이른바 2대2 스위치 안건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 했다고 폭로했다.

강 위원장은 “2개 의약품을 추가하는 대신 수요가 낮은 2개 품목을 제외해 13개 품목 수를 유지하자는 2대2 스위치 안건은 일부 심의위원이 개인 의견으로 제시한 사안임에도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표결을 강요했다”며 “이에 안건을 제시한 위원과 약사회가 모두 이의를 제기했지만 이를 묵살하고 논리적 타당성을 바탕으로 한 의견을 정부에 개진했음에도 무시하고 표결에 들어가려다 회의가 파행된 적도 있다”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지금 문재인 정부는 친서민 정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고 100대 국정과제에도 관련된 정책이 많다”며 “재벌들을 위해 편의점 약 한 두 품목을 늘리는 것은 국가가 할 일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취약시간대 국민 건강권을 담보할 수 있는 안전에 기반을 둔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약사회는 오는 8일로 예정된 6차 편의점 상비약 지정심의위원회 회의에서도 협상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강 위원장은 “약사회는 복지부에 전제조건을 달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면서 “만약 복지부가 약사회 의견을 무시하고 의약품 확대를 고수한다면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RidvanArda/gettyimagesbank]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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