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여성 치매에 영향 미친다 (연구)

왜 여성 치매 환자가 많을까.

미국의 경우,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의 2/3가 여성이다. 수십 년간, 전문가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살기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했다. 즉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큰 원인은 노화라는 것.

이와 관련, 임신이 여성의 치매 위험에 영향을 준다는 최신 연구 결과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미국 주간지 타임이 보도했다. 이번 달에 발표된 두 건의 연구는 그러나 완전히 상반된 결론을 내렸다.

◆ 임신이 치매 위험 낮춘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빗 캠퍼스의 레이철 휘트머 교수팀이 23일 미국 치매 학회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아이를 많이 낳은 여성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여성 1만4000여 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아이를 셋 이상 낳은 여성은 아이를 하나만 낳은 여성과 비교할 때 치매 발병 위험이 12% 낮았다. 또 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치매 위험이 컸다. 유산 1회는 치매 위험을 8%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경을 언제 시작했는지도 치매 위험에 영향을 미쳤다. 16세 이후에 초경을 한 여성은 10~13세 사이에 시작한 여성에 비해 치매 위험이 22% 높았다.

파올라 질샌즈 연구원은 “생애사적 관점에서 볼 때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사건은 생각보다 훨씬 일찍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의료진은 두뇌 건강과 치매 위험을 생애 전반에 걸쳐 살피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 시점을 포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임신이 치매 위험 높인다 = 상반된 결론은 한국의 서울대학교 연구진이 지난 18일 신경학 저널(Journal of Neurology)에 발표했다. 한국과 그리스의 여성 3500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아이를 다섯 명 이상 낳은 여성은 알츠하이머병의 징후를 보일 위험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유산이나 낙태와 관련한 결론도 휘트머 교수팀과 상반됐다. 유산 및 낙태를 했던 여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인지 테스트에서 더 높은 점수를 얻었던 것.

김기웅 교수는 “임신과 출산은 성호르몬 수치를 극적으로 바꾸기 때문에 그 여파가 생애 후반 알츠하이머병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신 중 에스트로겐 수치는 평상시의 40배를 넘어선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어느 정도의 에스트로겐은 두뇌 건강에 유리하지만, 그 수치가 극단적으로 높아지면 해롭다. 김 교수는 “이론적으로 아이를 많이 낳은 여성은 극단적인 양의 에스트로겐에 노출될 수 있고 따라서 인지 기능에 미치는 부작용을 여러 차례 경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엇갈린 결론
= 타임은 다른 전문가들을 인용해 두 연구 모두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한 최적의 임신 횟수를 짐작하는 식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두 연구팀 역시 “여성이 겪는 호르몬의 변화가 어떤 방식으로 두뇌에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휘트머 교수는 “다만, 여성들이 경험하는 호르몬 환경이 치매 위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대해 의료 현장에서 심각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10 FACE/shutterstock]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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