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고혈압 환자…의사와 약사는 밥그릇 싸움

수백억 원의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발암 물질 고혈압약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의약 단체가 이번 사태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고 있는 가운데 해묵은 이슈가 등장하면서 의약계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의협, “약사 대체 조제가 문제”

지난 9일 대한의사협회는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되는 의약품 중 중국산 발사르탄에서 발암 가능 물질인 NDMA가 확인돼 115개 품목이 판매 중지된 것과 관련, 600만 고혈압 환자의 건강이 크게 우려된다며 식약처장을 포함한 식약처 관련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시판되는 모든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원료 의약품의 안전성 재조사도 요구했다. 의협에 따르면 지금 시행되는 생동성 검사는 오리지날 약 대비 효능 80~125% 범위 내에 있으면 통과되고 있으며, 심지어 생동성 검사가 조작됐거나 생동성 검사조차 없이 판매 허가된 이력이 있는 의약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뢰할 수 없는 현행 생동성 검사에 대한 보다 엄격한 기준 마련을 포함한 철저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의협이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성분명 처방과 대체 조제를  꼬집었다는 것이다. 의협은 “의사의 처방약을 임의로 대체 조제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며 “임의 대체 조제는 엄격하게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의협은 대체 조제 근거가 되는 생동성 시험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복제약 효능에 대한 신뢰성 문제를 제기해왔다. 의협은 “성분명 처방을 통해 복제약을 약국에서 임의로 골라 조제하도록 하는 것은 국민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약사와 약사회를 겨냥한 의도적인 발언이었다.

약사회, “의협 문제 본질 희석하려 해”

약사들은 의협이 또 다시 뻔뻔한 대국민 기만극을 펼치고 있다며 바로 반박에 나섰다.

대한약사회는 10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발암 물질 고혈압약 사태는 리베이트에 만취된 의사들의 싸구려 약 처방 행태로 인해 문제가 커진 것임에도 의사 처방대로 조제한 약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문제 본질을 희석하려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약사회는 “중국산 고혈압 치료제에 발암 가능 성분이 함유된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그 재료로 생산된 저가 의약품을 사용하게 한 것은 의사 처방에 있다는 사실을 회피하고 아무 관련도 없는 약사를 걸고 넘어지는 것”이라며 “잘못된 제도로 인해 의사 처방대로 조제할 수 밖에 없는 약사에게 문제 원인을 뒤집어씌우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약사회는 “현재 약사는 품절되거나 시중에서 구할수 없는 약에 대해서만 의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대체 조제를 하고 있다”며 “1%도 안 되는 대체 조제를 문제 삼고 있는데 전국 7만 약사는 분노로 치를 떨지 않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약사회는 “대체 조제와 중국산 원재료에서 비롯된 문제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느냐. 약사 투약권을 존중해 줬다면 이번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의협이 약사 매도질에 나선다면 처방전 전수 조사에 즉각 돌입, 일부 의사들의 몰지각한 처방 만행과 처방 행태를 공개적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급기야 약사회는 지부장회의 및 긴급서면상임이사회 의결을 통해 오는 29일 7만 약사회원이 모이는 약사 궐기 대회 개최를 결정했다. 약사 직능을 침탈하려는 시도에 대한 경고의 일환이라고 약사회는 설명했다.

하지만 의사와 약사 간의 갈등 국면을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다. 600만 명에 이르는 고혈압 환자의 우려 해소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진 못할 망정 돈벌이와 관련된 해묵은 논쟁을 하고 있다는 이유다.

한 대학 병원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는 고혈압 환자와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사태를 진정시킬수 있는 대책 마련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사진=MilanMarkovic/gettyimagesbank]

송영두 기자 songzi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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