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동거 인정이 저출산 대책 첫걸음”

지난 5일 정부가 새로 발표한 저출산 대책이 결국 결혼 장려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추세와 함께 저출산 관련 대책에 비혼 가족을 포함해 다양한 가족 형태를 정책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출산은 결혼이 전제되어야 하는 개념일까? 전 세계적인 추세로 보자면 그렇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 평균 전체 출산 중 비혼 출산의 비율은 40%에 가깝다. 지난 9일 열린 ‘저출산·고령화 포럼’에서는 혼인 외 관계와 비혼 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들도 존중받아야 한다며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주장했다.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

현재 법률혼 중심의 이른바 ‘정상 가족’ 중심의 가족 문화와 제도 속에서는 사각지대가 많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수정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혼인과 출산의 연결 고리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비혼이면서 임신 및 출산을 하게 되는 여성과 아동은 가족에서 배제되거나, 사회적 편견, 차별적 인식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위기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출산 기피로 이어진다.

하지만 현재 사회는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인식은 여러 해를 거쳐 자리 잡는 중이다. ‘함께 살기’의 관계 모델이 결혼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순남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1인 가구, 동거, 결혼, 이혼 등의 다양한 관계의 출현은 ‘일시적인 관계’가 아닌 유동적이고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이고 설명했다.

“동거는 일시적 관계 아니야”…생활동반자법

김순남 교수는 동거라는 지속적인 관계를 인정하고 보호하는 제도로 생활동반자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말하는 생활동반자법은 ▲ 동거 가구에 대한 공동 소유 재산 인정 ▲ 해소 시 재산권 보장 ▲ 상호 부조의 의무 ▲ 가정 폭력으로부터의 보호 ▲ 동거인에 대한 돌봄권과 연금 ▲직장 내 가족 경조사 휴가 보장 ▲ 의료 결정권 부여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김순남 교수는 생활동반자법에서 특히 의료 결정권 부분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의료 관련 법률에서는 의료 결정 동의 범위가 친족 중심(배우자, 직계 존속·비속, 자매·형제 등)으로 한정돼 있다.

특히 수술 동의서가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비혼 가구 환자가 수술했을 때, 수술 동의서를 써야 하는데 같이 병원에 온 몇 년을 같이 산 동거인은 동의할 권한이 없다. 동거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가족과 연락이 어려우면 문제는 더 커진다.

김순남 교수는 이처럼 동거인을 돌볼 수는 있지만, 상태를 물을 수는 없는 현행법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해당 법과 관련해서 대만을 참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만은 의료법 동의 취득 대상을 환자 또는 법정 대리인, 배우자, 친족, 또는 관계인으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관계인’은 동거인이나 친한 친구 등 환자와 각별히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송효진 연구위원은 “비혼 가구, 동거 가구 등의 차별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아이를 낳아 키울 만한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위원은 저출산 현상의 해소를 위해, 비혼을 선택한 사람에게 출산을 독려하자는 의미가 아닌, 어떤 가족 형태를 선택하든 아이를 출산하고 키우고자 하는 사람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사진=Cat Act Art/shutterstock]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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