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과소비는 호르몬 탓? (연구)

수컷 공작새의 기다란 꼬리나 수사슴의 거대한 뿔은 아름답다. 그러나 생존에는 거의 도움이 안 될 거 같은 거추장스러운 ‘장식품’처럼 보인다.

비슷한 게 인간 남성에게도 있다. 예를 들면 스포츠카나 고급 시계다. 아름답지만 비싸다. 가성비만 따진다면 비효율적인 소비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경영대학원 와튼 스쿨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남자가 사치품을 선호하는 건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이다.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하면 사치품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연구진은 18~55세 남성 243명에게 젤을 나눠줬는데, 절반은 테스토스테론이 함유된 젤을 받았고, 나머지는 함유되지 않은 젤을 받아서 발랐다.

그리곤 남성들에게 상품 브랜드를 보여주고 선택하게 했다. 예컨대 캘빈 클라인과 리바이스를 짝지어 보여줬을 때 테스토스테론을 함유한 젤을 바른 남성들이 상대적으로 캘빈 클라인을 더 선호했다.

테스토스테론 젤을 바른 남성들은 시계, 커피메이커, 선글라스 등의 제품군을 제시했을 때 더 비싸거나 유명 상표의 제품을 선호했다.

진화 생물학에서는 공작새의 꼬리처럼 쓸모없어 보이는 장식품을 ‘핸디캡 이론’으로 설명한다. 거대하고 화려한 꼬리는 포식자의 눈에 띄기 쉬워 생존에 방해가 되는 명확한 핸디캡이다. 그러나 수컷들은 이 정도 핸디캡에는 끄떡없다는 걸 과시함으로써 짝을 유혹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적으로 풀면, 이 정도 낭비는 해도 괜찮을 정도로 가용자원이 많다는 걸 과시하는 셈이다.

예컨대 명품 브랜드 시계는 저렴한 디지털 시계와 비교할 때 성능의 차이가 없음에도 턱없이 비싸다. 대신 그걸 사는 사람은 물건을 통해 자신의 사회 경제적 지위를 과시하고자 한다. 허머나 페라리 같은 고가의 차량을 모는 것도 마찬가지. ‘난 이 정도 낭비는 끄떡없을 정도로 돈이 많아’라는 신호를 은연중에 보내는 것이다.

와튼 스쿨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는 기드온 네이브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남성 소비자의 행태를 예측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면서도 “물건으로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려는 소비행태가 만연하면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이 과소비함으로써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AS Inc/shutterstock]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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