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보건소는 다르다

[인터뷰] 서울대학교 학생 건강 관리 전문가를 만나다

“서울대의 학생 건강 관리는 다르다.”

대학생 정신 건강을 논하는 대학 관계자의 흔한 말이다. 성적 스트레스,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학생의 정신 건강에 빨간 불이 들어왔지만 이를 지원하기 위한 개별 대학의 사정은 여의치 않다. 이에 덧붙여 2018년 초 ‘미투(Metoo) 운동’이 대학 사회에 거센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학생들은 더욱 복잡한 심리 건강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1인 양호실, 1인 상담소를 통해 학생에게 제한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반적인 대학교와 달리 서울대학교는 전문 의료진이 상주하는 보건 진료소, 상담 센터(대학생활문화원), 인권 센터 등 독립된 세 전문 기관을 갖춘 유일한 대학 기관이다.

‘코메디닷컴’은 서울대학교 학생의 심신 건강을 책임지는 교내 보건의료 전문가를 만났다. 김지원 보건진료소장, 강상경 대학생활문화원장, 장준환 보건진료소 정신건강센터장, 이화영 보건진료소 정신건강증진팀장과의 인터뷰를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 서울대학교 내 보건의료 서비스는 어떤 것이 있나요? 전문 의료진 교내 상주, 다른 대학보다 월등히 많은 상담 센터 예산 등 서울대학교 보건의료 인프라만의 특이점도 궁금합니다.

김지원: 서울대학교 보건진료소는 크게 가정의학과, 치과, 부인과 등 진찰을 받을 수 있는 부속 의원, 정신과적 치료를 전담하는 정신건강센터, 학생 및 교직원 건강 검진을 진행하는 건강증진센터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전에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파견을 나온 전공의가 진찰을 보다가 2007년부터 가정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전임 교수가 배치됐습니다. 현재 상주 의료진은 가정의학과 교수 2인,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1인, 치과 교수 1명으로 총 5명이고, 부인과나 정형외과 등 기타 과목은 파견 의료진이 정해진 날짜에 찾아와 진료를 봅니다.

강상영: 대학생활문화원은 심리 상담 서비스, 위기 상담 서비스, 대인 관계 및 자기 조절 역량 향상 프로그램 등을 통한 역량 개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정신 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보건진료소의 정신건강의학과와 대학생활문화원이 협업하여 지원합니다. 자살 생각, 주변인의 위험 행동 등 혹시나 있을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24시간 위기 상담 전화 스누콜(SNU Call)도 운영 중입니다.

– 보건진료소를 방문할 때마다 ‘규모가 조금 작은 종합 병원’이라는 느낌을 받는데요. 이처럼 여러 진찰 과목을 갖춘 교내 보건진료소가 생기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지원: 일단 작은 보건소를 운영하기에는 교내 상주 인원이 많습니다. 대학생, 대학원생, 교직원을 모두 합해 3만 명 정도니까요. 특히 교직원의 경우 한 번 학교 안에 들어오면 근무 시간 내에 병원을 다녀오기가 너무 어렵기도 하고요. (웃음)

한편으론 2011년 서울대학교가 법인화되면서 교직원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보건소 진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습니다. 법인화 이후 보건진료소도 보험 급여 청구가 가능한 직장 부속 의원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대학과 달리 좀 더 전문적인 의료 기관으로 기능하고 있다 할 수 있겠습니다.

– 학생만을 위한 교내 보건소라기보다는 교직원을 포함한 서울대학교 전체 구성원에게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면, 학생에게 좀 더 초점을 맞춘 교내 보건 정책의 기조는 무엇인가요?

김지원: 아직 나이가 어린 20대 대학생은 신체, 정신 질환 회복력이 좋습니다. 때문에 교내 보건 정책은 치료보다는 예방, 교육에 주로 초점을 맞춥니다.

신체 건강과 관련해서는 학생들이 올바른 건강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비만, 금연 클리닉, 예방 학습 프로그램을 활용합니다. 질병 전 증상 단계에서 관리 태도를 바로 알려주려는 것이고요. 정신 건강 역시 건강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조기 개입이 가능하도록 자가 검진 등 다양한 스크리닝 경로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강상영: 같은 맥락에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좀 더 덧붙이자면, 예전보다 치료, 재활, 예방의 중요성이 유지되는 한편 학생의 역량 개발을 지원하는 정책이 더욱 강화된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보건진료소는 사전 예방 및 건강 증진 서비스를 통해 학생이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도록 하고 있고, 대학생활문화원은 상담 치료의 전통적인 접근에서 한 걸음 나아간 역량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최대한 의미 있는 대학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 구체적인 대학생의 건강 이슈, 지원 방법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최근 학생들의 건강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떤 이슈가 있을까요?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어떤 루트로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강상영: 과거에 비해 상담 센터를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처럼, 학생들의 건강 이슈도 일반 국민과 크게 차이가 없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신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는 학생 수가 예전보다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관련된 교내 인프라가 구축되고 학생들의 서비스 접근성이 높아져 나타난 현상으로 보아야지, 학생들의 정신 건강이 과거에 비해 나빠졌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사실 저는 최근 대학생을 정신 건강 취약층으로 오인하게 할 수 있는 많은 기사가 잘못된 접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예를 들어 조현병과 같은 특정 정신 질환의 1년 유병률이 일반적으로 1퍼센트 내외, 우울증의 1년 유병률이 10퍼센트 내외라면 대학생들 사이에도 그정도의 유병률이 나타날 것이라는 건 상식적인 예측이라는 말입니다.

장준환: 저는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보건진료소, 대학생활문화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개입 경로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학생 스스로가 보건진료소 내 정신건강의학과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 건강 검진, 학과 단체 검진에서 정신 건강 위험군으로 집계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검진 전 ‘결과에 이상이 있는 경우 연락을 받겠다’는 동의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이에 동의한 학생은 보건진료소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담 간호사와 만나 어떠한 처치가 가장 적절할지 상담을 받게 됩니다.

– 보건진료소와 대학생활문화관의 전문 보건의료인이 협동해 학생들이 어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지 안내해주는 방식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군요. 비용 측면에서는 어떤가요? 학생 심리 상담은 무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도 저렴한 편으로 알고 있는데 전적으로 학교 예산으로 운영되나요?

김지원: 앞서 말한대로 서울대학교 보건진료소는 직장 부속 의원이기 때문에 공단에 보험 급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전체 예산의 60퍼센트가량은 진료비로 충당하고요. 건강 검진, 예방 및 교육 프로그램을 위한 나머지 예산은 대학 본부의 지원을 받습니다.

장준환: 일반 의료 기관에 비해 진료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도 하지만, 학생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작년(2017년)부터는 학교 차원에서 일부 학생에게 진료비를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이화영: 정신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아르바이트, 학업 등 일상 활동이 버겁습니다. 또 취업 과정에 불이익을 받을까 보험 혜택을 받지 않는 학생 중 부모에게 알리지 않거나, 부모의 경제적 도움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법인화 이전에는 무료 약을 구입해 지원하는 ‘무료 약값’ 지원 정책이 있었는데, 직장 부속 의원으로 지정된 이후로는 자체적으로 약 구입을 할 수 없어 대학 본부 장학복지과 예산으로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진료비 지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강상영: 정신 건강 상담 치료, 역량 개발 증진 서비스가 보험 급여를 받지 않기 때문에 대학생활문화원은 100퍼센트 학교 예산으로 운영 중입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상담 치료 보험 급여화가 무척 절실한 상황인데, 이런 논의가 현실화된다면 대학생활문화원의 재정 구조도 약간은 변화할 수 있겠지요.

– “서울대학교의 건강 관리는 다르다”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더 나은 대학생 건강 관리를 위해 추가 지원이 필요한 부분도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학교, 교육부 등에 바라는 지원이 있다면요?

이화영: 학교, 교육부의 추가 예산 지원이 있다면 올바른 건강 습관을 위한 교육 인력에 더 많은 투자가 가능하겠습니다. 지금은 기존 인력이 여러 업무를 동시에 맡다보니 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기가 어렵거든요.

장준환: 보통 예산과 지원이 한정되면 의료 기관은 치료에만 기능을 집중하게 됩니다. 재정적으로 더 여유가 생긴다면 건강 관리 영역을 치료보다 앞 단계인 예방, 그 앞 단계인 교육을 통한 생활 습관 개선까지 넓힐 수 있겠지요.

강상영: 학생들의 더 나은 건강을 위해서는 학생 당사자라는 개인, 사회적 분위기라는 환경 간 상호 작용이 중요합니다. 학생 당사자를 위한 지원으로는 자신의 신체, 심리, 사회적 특징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건강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적 차원에서 보자면 사실 대학생의 심신 건강 문제는 단지 학내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전체 사회의 건강에 대한 인식 변화, 인프라 구축이 병행돼야 하겠습니다. 절대 평가도 허용할 수 있는 학교,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것’을 함께 고민하는 수업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런 환경 변화를 위해서는 대학 차원이나 국가 차원의 정책 변화도 필요하겠습니다.

[사진=서울대학교 보건진료소]

맹미선 기자 twiligh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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