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명 살리는 독감 백신, ‘9월 전쟁’ 초읽기

독감(인플루엔자)은 시즌마다 25~50만 명이 사망할 정도로 생각보다 치명적인 질환이다. 여러 바이러스로 생기는 급성 호흡기 질환인 감기와는 다르다. 고열과 기침, 인후통 등의 증상을 보이고 폐렴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백신 접종.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만 6개월 이상 영유아, 65세 이상 고령자 등에게 독감 백신 우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3가 백신이 대세이던 과거에 비해 백신 개발 기술이 발전하면서 4가 백신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3가 백신이 A형 바이러스 2개와 B형 바이러스 1개를 예방해주는 것에 비해 4가 백신은 A형 2개, B형 2개(빅토리아/야마가타)를 예방하는 장점이 있다.

3가 백신 대신 4가 백신을 사용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지난 10년간 유럽 내에서만 ▲ 인플루엔자 발병 건수 최대 160만여 건 ▲ 입원 사례 3만7000여 건 ▲ 사망 사건 1만5000여 건을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 등에서 4가 백신을 권장하는 이유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올해(2018년) 독감 백신 국가 출하량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약 2500만 명분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GC녹십자, SK케미칼 등 국내 제약사와 글로벌 제약사 GSK와 사노피 파스퇴르 등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판 커지는 4가 백신 시장

현재 접종이 가능한 4가 백신은 SK케미칼의 스카이셀플루 4가, GC녹십자의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 GSK 플루아릭스 테트라, 사노피 파스퇴르 박씨그리프테트라 등이다.

각각 최초라는 타이틀도 내걸었다. 스카이셀플루 4가 백신은 2016년 SK케미칼이 세계 최초 세포 배양 방식으로 개발한 백신으로 물량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세포 배양 방식 백신 생산 기술은 사노피 파스퇴르에 기술 이전 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GC녹십자의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는 2015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4가 독감 백신으로 유정란 방식으로 개발됐다. 플루아릭스 테트라는 국내는 물론 세계 최초로 승인된 불활화(사백신) 4가 독감 백신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독감 백신 시장 규모는 약 6000억 원으로 추정되는데, 최근 4가 백신 공급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2017년) 겨울 3가 백신은 1300만 도즈(1회 주사량)가 공급됐지만 올해(2018년) 겨울에는 1250만 도즈로 뒷걸음쳤다. 반면 4가 백신은 전년 860만 도즈에서 올해 1250만 도즈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경쟁력을 보이는 백신은 GSK 플루아릭스 테트라다. 플루아릭스 테트라는 2016년에 이어 지난해(2017년) 2년 연속 4가 독감 백신 부문 국내 판매 1위(아이큐비아 데이터 기준)를 달성했다. 그 뒤를 GC녹십자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와 SK케미칼 스카이셀플루가 이었다.

차별화 핵심은 영유아

치열해지는 4가 백신 시장에서 각 제약사는 영유아 적응증 획득을 시도하고 있다. 생후 6~35개월에 해당하는 영유아는 성인에 비해 감염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특히 최근 어린이집이나 단체 시설에서의 감염 우려 등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동안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4가 독감 백신은 없었다.

사실상 전 연령대 가족 백신을 의미하는 영유아 적응증 승인 포문은 글로벌 백신 시장을 선도하는 GSK가 열었다. GSK는 지난 4월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생후 6개월 이상 3세 미만 소아를 대상으로 한 적응증을 국내 최초로 승인받았다. GSK는 지난 21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생후 6개월 이상 영유아 접종 허가 론칭을 공식화했다.

영유아 1만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플루아릭스 테트라 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유아 항생제 사용이 50% 감소했고, 병원 방문도 47%가 줄어들었다. 또 중등도 대비 중증 독감에 대해서도 63.2% 예방 효과를 보였다.

그러자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 파스퇴르의 4가 백신 박씨그리프테트라가 지난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생후 6개월 이상 3세 미만에서 접종할 수 있도록 적응증을 확대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박씨그리프테트라 역시 유럽, 아시아,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4개 대륙 43개 센터에서 생후 6개월 이상 만 35개월 이하 영유아 5400명 대상으로 1년 9개월간 진행한 대규모 글로벌 임상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아울러 국내 백신 제조사도 4가 독감 백신 영유아 적응증을 연구 중이다. GC녹십자, SK케미칼, 일양약품 등이 3세 미만 4가 독감 백신 임상을 국내에서 진행 중이다. 독감 예방 접종 시기인 9월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외 백신 제조사의 9월 전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Bet_Noire/gettyimagesbank]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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