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간 우애, 부모 불화 견디는 힘 (연구)

부모의 잦은 다툼을 경험한 아이들은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그러나 형제간 우애가 깊다면 부모의 불화가 미치는 영향을 상쇄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로체스터 대학교 연구진이 청소년 236명과 그의 가족을 추적 조사했다. 아이가 12세에서 14세가 될 때까지 3년간 엄마와 형제들을 관찰하고 인터뷰하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형제, 자매간 사이가 좋은 아이들은 부모의 갈등이 심각하더라도 덜 상처받고 덜 우울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트릭 데이비스 교수는 “아이들은 자기 형제로부터 보호와 감정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면서 “형제가 애착 인물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심리학에서 애착이란 특별한 인물과 형성하는 친밀한 정서적 유대를 말한다. 대개 아동에겐 어머니가 애착 인물이다. 그러나 애착이 실패하면 아이의 발달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데이비스 교수는 “동생이 형이나 언니로부터 보호나 지지를 받는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짐작하기 쉽겠으나, 연구 결과는 이와 달랐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형제간에 일방적인 보호-피보호의 관계가 아닌 다른 메커니즘이 작동한다고 판단했다. 예컨대 형제는 서로에게 친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놀이나 스포츠를 함께 하고, 서로의 친구에게 형제를 소개해 관계를 확장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집안의 불화를 잠시 잊고 한숨 돌릴 틈을 갖게 된다.

데이비스 교수는 “형제, 자매는 우정을 쌓는 과정에서 서로의 고민을 공유하고, 입장을 지지하면서 가족에 관해 엇나가기 쉬운 인식을 바로잡아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Children’s Vulnerability to Interparental Conflict: The Protective Role of Sibling Relationship Quality)는 아동 발달(Child Development)에 실렸다.

[사진=UfaBizPhoto/shutterstock]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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