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유방암, 항암제 피할 길 열렸다 (연구)

지난 6월 초 전 세계 종양학계와 제약 바이오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는 종양과 관련된 최신 치료법, 트렌드, 임상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현재 국내 유방암 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조기 유방암 환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이번 ASCO에서 발표된 임상 결과 가운데 눈길을 끈 것은 유방암에 걸렸음에도 항암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걸 입증한 임상(TAILORx) 연구 결과였다.

온코타입과 조기 유방암

사실 조기 유방암에 항암 치료가 꼭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한 임상 연구의 핵심은 온코타입(Oncotype) DX다. 온코타입 DX는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암 재발률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이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최혜진 교수는 “온코타입 DX는 유방암 환자 수술에 대해 중요한 21개 유전자 패턴을 분석해 점수화한다”며 “이를 통해 암이 얼마나 재발할지, 항암 치료를 안 해도 될지를 예측히가 위해 개발된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온코타입 DX는 조기 유방암 환자(호르몬 양성)를 대상으로 0점에서 100점으로 나눠 저위험군, 중위험군, 고위험군으로 구분한다. 10년 이후 전신(다른 곳으로 전이) 재발률은 확실하게 달랐다. 저위험군의 경우 재발률이 6% 정도에 불과했으나 고위험군은 재발률이 30%에 달했다. 최 교수는 “이런 수치는 온코타입 DX가 환자 예후를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온코타입 DX를 적용한 후향적 연구 결과도 흥미롭다. 조기 유방암 수술 후 호르몬(타녹시펜) 치료만 한 환자군과 호르몬과 항암 치료를 함께 한 환자군을 비교했을 때 저위험군은 호르몬 치료만 했을 때와 호르몬과 항암제 치료를 같이 했을 때 모두 효과가 있었고 재발은 거의 없었다. 즉, 조기 유방암 환자 가운데 재발률이 낮은 저위험군 환자는 항암제 치료가 굳이 필요없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반면 재발률이 높은 고위험군에서는 확실하게 항암제를 같이 사용한 치료가 효과적이어서 항암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중위험군에 대한 연구는 더 필요한 것으로도 나타났는데 이번 ASCO에서 이런 연구가 발표됐다. 바로 TAILORx 임상 연구다.

TAILORx 연구에서는 조기 유방암 환자 1만 명을 대상으로 먼저 수술을 하고 나서 온코타입 DX 검사를 실시했다. 재발률을 점수화해 환자를 분류하고, 저위험군에는 호르몬 치료만, 중위험군은 호르몬 치료군과 호르몬과 항암 치료군을 비교했다. 고위험군은 항암 치료를 했다.

그 결과 저위험군은 기존 연구처럼 항암 치료가 필요 없다는 결과가 나왔고 중위험군도 비교군에서 효과성이 비슷하게 나왔다. 결국 중위험군도 항암제가 꼭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

최혜진 교수는 “호르몬 양성, HER2 음성,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 음성 유방암 환자 가운데 유전자 분석을 통해 중위험군으로 드러난 환자는 호르몬 치료법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며 “이 같은 임상 결과는 향후 유방암 치료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을까?

임상 현장에서는 실제로 환자에게 적용이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됐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항암 치료를 하지 않는 것을 권유할 수 있겠느냐, 환자도 항암 치료를 안 하겠다고 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표였다.

이에 대해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는 “국내에는 조기 유방암 환자가 많고 씩씩하게 수술하던 환자도 항암 치료를 하자고 하면 눈물부터 흘린다”며 “항암 치료를 안 하려면 항암제가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입증해야 하는데 그것을 증명한 것이 이번 연구다. 전 세계 환자들이 이 연구를 통해 항암제를 피할 수 있는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 1000여 명의 조기 유방암 환자는 자신의 재발률을 확인하고 항암제를 회피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온코타입 DX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혜진 교수는 “온코타임 DX는 국내 환자 1000명 정도가 하고 있다. 저위험군과 중위험군에 대한 연구 결과가 항암 치료를 안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만족했기 때문에 현장 적용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일부 50세 이하 중등도 환자의 경우 항암제를 해야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개인 맞춤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wavebreakmedia/gettyimagesbank]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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