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료 기기 시장은 노다지? “8월부터 대혼란”

연간 25% 이상 성장하는 중국 의료 기기 시장은 국내 의료 기기 산업이 외면할 수 없는 큰 시장이다. 의료 개혁을 이루고자 하는 중국 정부 의지와 더불어 개인 소득 증가 및 빠른 노령화로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내수 시장이 작아 수출을 병행해야 하는 국내 기업에 중국 진출은 매우 중요한 이슈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중국 진출을 시도한 많은 국내 업체가 실패의 쓴맛을 봤다. 직접 부딪혀보니 타국에 배타적인 중국의 높은 벽을 몸소 실감하고 있는 것.

지난 2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국제 의료 기기 규제 당국자 포럼(IMDRF)에선 중국 의료 기기 규제와 사례를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7년간 중국에서 국내 업체의 중국 내 인허가 획득을 지원한 임항식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인증본부팀장이 중국 진출 시 고려해야 할 점들을 열거했다.

중국 진출 낙관은 금물, 객관적 판단은 필수

임항식 팀장은 “국내 많은 기업이 어설픈 현지화 전략을 펼치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시장 판매량 확대, 공공 시장 개척 가능성 확대, 인허가 비용 절감 및 기간 축소 등 중국에 진출해 얻을 수 있는 이점들을 막연하게 믿고 있다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사실과 기대를 구분해 중국 진출 목적을 확실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임항식 팀장은 조언했다. 가령 현지화 진출 시 생산 원가나 인허가 비용이 절감되고 공공 시장을 개척하기에 유리하다는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 판매량이 급증하거나 기술 규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건 간접적이거나 제한적인 기대 효과에 불과하다. 시장 확대는 판로 확보가 가장 중요하며, 규제 역시 심사자 성향에 더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임항식 팀장은 “중국 구매자들은 외국에서 생산된 글로벌 기업 제품을 가장 선호하고 한국 중소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가장 꺼린다”며 “현지에서 생산한다고 성공적으로 내수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 담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바뀌는 심사, 대혼란 올 것

까다로운 중국 인허가 제도도 난관이다.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CFDA)는 오는 8월 1일부터 대대적인 제도 변경을 예고했다. 이는 위험도에 따라 1~3급으로 나뉘는 등급 체계를 완전히 뒤바꾸는 것으로 40여 종 의료 기기 등급(위험도)이 낮아지고, 일부 품목은 높아진다.

등급이 낮아진다면 신청 변경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만, 등급이 높아지는 일부 품목은 추가 자료를 첨부해 처음부터 새로 등록해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허가 날짜도 잘 따져봐야 한다. 8월 1일 이전에 허가받은 품목은 1일 이후에도 이전 절차를 따르지만, 1일 이후에 허가가 난 품목은 바뀐 제도에 맞춰야 한다. 임항식 팀장은 “한국과 달리 중국은 시행령 변경 시 실제 적용에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면 관련 시행령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CFDA는 수입 제품에 훨씬 까다롭게 심사하기로 유명하다. 제품 질보다 허가 규정을 정확하게 따랐는지 여부를 더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과 다른 표준 기준을 적용할 뿐만 아니라 중국 고유 표준(GB, YY)은 국제 표준(ISO)과도 차이가 있다. 이 차이를 사전에 정확히 인지하지 않아 등록이 거부된 수입 제품은 전체 거부된 건수의 70%에 달하며, 최종 등록까지 6~11년 소요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임항식 팀장은 꽌시(중국의 인맥을 뜻하는 말)를 통한 우회적 등록은 향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검증된 컨설팅사 선임 등 정직한 대응만이 안전한 진입을 보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임항식 팀장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국내 의료 기기 업체도 많다”며 성공 사례를 참고할 것을 당부했다. 또 임 팀장은 “가계 소득 증가로 가정용 의료 기기에 성장 기회가 많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사진=Nickolay Vinokurov/shutterstock]

    정새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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