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청정국 옛말, 살 빼는 약-수면 유도제 등이 더 문제

병원에서 처방받는 합법적인 약물 중독 사례가 늘어나면서 올바른 약물 관리를 위한 지역 약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마약퇴치운동본부, 경기도약사회는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의회에서 ‘지역 사회 마약류 문제 해결을 위한 마퇴본부와 연계 기관으로서의 약국의 역할 모색’이라는 주제로 제10회 마약류 퇴치 심포지엄을 공동 주최했다.

주최 측은 “2018년부터 ‘세계 마약 퇴치의 날(6월 26일)’이 국가 기념일로 지정됨에 따라 그 의의를 새기고 마약 퇴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매년 하반기에 개최하던 심포지엄을 앞당겨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약 청정 한국? 제대로 된 중독자 집계 없다

김이항 경기도마약퇴치운동본부 본부장은 ‘마약류 예방 상담을 위한 마그미 약국 육성 방안’ 발표에서 “대검찰청이 발표한 ‘2017 마약류 백서’에 따르면 2016년 집계된 마약 사범은 1만4214명”이나 “마약 사범은 단지 수면 위에 드러난 숫자일 뿐 범죄자가 되지 않으려 숨죽이고 있는 실제 마약 중독자는 훨씬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유엔(UN)은 ‘2017년 세계 약물 보고서’에서 “2015년 전 세계 성인 인구의 5퍼센트에 해당하는 2억5000만 명이 적어도 한 번 이상 마약류를 투약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대검찰청의 발표 외에 치료, 재활이 시급한 마약 중독자를 위한 공식적인 국가 통계가 없다. 마약 사범 수가 나날이 증가하고 감춰진 마약 중독자를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이라는 가면 아닌 가면을 쓰고 있는 셈.

김이항 본부장은 마약 문제에 필로폰, 헤로인, 아편 등으로 대표되는 ‘마약’보다 의료 기관에서 쓰일 수 있는 ‘합법적인 약물’의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2016년 마약 사범이 취급한 마약류 중 80.1퍼센트는 향정신성 약물이 차지했다. 대마, 마약은 각각 10퍼센트, 9.7퍼센트만을 차지했다.

김이항 본부장은 “병원에서 처방받은 살 빼는 약, 수면 유도제, 안정제 등을 오남용하고 있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약 전문가인 약사의 역할, 지역 건강 관리 일차 기관인 지역 약국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이프 약국, 마그미 약국…지역 약국 공공 서비스 활용

지역 약국의 확대된 역할과 관련해 박혜경 성균관대학교 임상약학대학 보건사회약학과 연구 교수는 ‘지역 약국의 연계사업 모델 소개’ 발표를 통해 금연, 자살 예방 등에 기여하는 지역 ‘세이프 약국’의 역할을 소개했다.

박혜경 교수는 “경제 성장에 따른 수명 연장, 인구 노령화로 더 많은 사람이 여러 개의 만성 질환을 갖고 살게 됐다”며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약사가 단순히 의약품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환자의 건강 행태를 살피는 등 공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현재 서울시 등 일부 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는 세이프 약국(지역 건강 증진 협력 약국)은 금연 클리닉, 정신 건강 증진 센터와 연계해 금연 희망자, 자발 예방자를 발굴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기도 하다.

박혜경 교수는 “지역 약국을 활용해 마약 남용 파악 및 관리에 나서는 국내 프로그램은 현재 매우 제한적”이라며 “처방전의 진위 여부 파악, 치료용 마약의 적절한 복약 지도, 환자 관찰을 통한 1차 스크리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 약국이 지역 센터와 연계하며 마약 중독 예방 및 관리 사업을 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사진=Phattana Stock/shutterstock]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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