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병원 강제 입원 감소, 진실은?

지난해(2017년) 5월 30일부터 시행된 정신보건법 개정안 시행되면서 흔히 ‘강제 입원’이라 불렸던 비자의(非自意) 입원의 요건이 강화되었다. 현재 비자의 입원은 2인 이상의 보호자의 신청과 서로 다른 병원의 전문의 2인의 소견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런 조치로 통계상의 비자의 입원 환자 수는 감소했다.

하지만 의료 현장은 전형적인 눈속임이라고 비판한다. 여전히 강제 입원 환자 수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비자의 입원, “줄었다” vs. “눈속임이다”

2013년 정신 보건 통계에 따르면, 정신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는 8만462명이다. 이 가운데 비자발적으로 입원한 환자는 5만9168명으로 전체의 73.5%다. 독일 17%, 영국 13.5%, 이탈리아 12% 등 20% 이하로 유지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크게 높은 편이다. 이런 사정은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마련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나서 1년이 지나자 비자의 입원 비율이 크게 줄었다. 2018년 4월 23일 기준 비자의 입원 비율은 37.1%로 2016년(61.6%)과 비교했을 때 24.5% 하락했다. 보건복지부는 “법 개정 이전에는 해외 여러 나라에 비해 비자의 입원 절차가 간단한 편이라 비자의 입원율이 굉장히 높은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정신보건법 개정으로 자의 입원이 늘어나고 비자의 입원이 줄었다며 치료의 주체인 환자의 인권이 보호받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환자와 보호자 1인의 동의에 의해서 입원하는 ‘동의 입원’의 신설로 환자가 의사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본다.

하지만 의료계의 판단은 다르다.

우선 통계를 살펴보면, 비자의 입원이 내려간 만큼 자의 입원이 대폭 늘어났다. 연도별 입원 환자는 정신보건법 개정 전 2017년 4월 30일 기준 6만6958명, 개정 1년 후 2018년 4월 23일 기준 6만6523명이다. 총 입원 환자 수는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 자의 입원율이 개정 전후로 20%가량 늘었다.

특히 입원 유형에 동의 입원이 신설되고 나서 해당 유형 입원자가 늘었다. 통계상의 자의 입원율은 자의 입원과 동의 입원을 포함한 수치인데, 순수 자의 입원은 개정 전후 4%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동의 입원은 해당 유형 신설 후 7.7%에서 2018년 4월 23일 기준 17.5%까지 늘었다.

김창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부 불필요한 강제 입원이 줄었을지 모르지만, 현재 표면적인 자의 입원율만 높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말이 ‘동의’ 입원이지 가족이 강제 입원해야 할 환자를 억지로 설득해서 동의를 강요해서 자의 입원 시킨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실상 동의 입원이 아니라 또 다른 ‘강제’ 입원이라는 것.

입원적합성심사, “인권 보호” vs. “탁상공론”

지난 5월 30일부터 시작된 입원 적합성 심사를 놓고도 보건복지부의 의료계의 의견이 대립된다.

입원 적합성 심사는 새롭게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비자의) 입원한 환자를 상대로 1개월 내 입원의 적합 여부를 심사하는 제도다. 환자 신청이나 심사위원장의 직권으로 국립정신병원 소속 조사원이 방문하여 환자에게 진술의 기회를 제공한다. 복지부는 총 26명의 심사 위원을 위촉했으며 행정인력 및 조사원 49명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의료 현장의 목소리는 “형식적”이라는 비판이다. 우선 환자의 진술을 직접 듣는 ‘조사원’이 전문가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입원 적합성 심사 과정은 개정 전에도 서류 심사 형식으로 있었다. 개정 후 바뀐 것은 조사원이 현장을 찾는 것뿐인데, 그조차도 비전문가라서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는 것.

“서로 다른 병원의 전문의” 같은 조건이 같은 병원 의사는 못 믿겠다는 불신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김창윤 교수는 “해외에서도 외부 병원 소견을 요구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서로 다른 병원의 정신과 전문의 2명의 진단을 받고 나서 입원을 시켰는데, 비전문가의 소견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겠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무엇이 환자를 위한 최선의 대응일까?

정작 입원이 필요한 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서로 다른 병원에 속한 정신과 의사 2명이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어야 입원이 가능하다는 현행 정신보건법은 “쓸데없이 까다롭고 복잡한” 제도라는 게 의료계의 공통 의견이다.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은 전적으로 의사의 판단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나중에 강제 입원을 둘러싼 법적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김창윤 교수는 “판단을 위한 매뉴얼이 있지만, 법과는 어긋나는 부분이 많아서 현장의 의사는 매뉴얼만 따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새롭게 개정된 법을 고려하다 보면 자해 상처가 있나, 타인에게 해를 끼친 증거가 있나 등을 바탕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정말 상태가 심각해지고 나서야 입원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발병 초기에 치료를 받으면 증상 호전이 가능하지만,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면 이미 치료 시기가 늦다는 것이다.

김창윤 교수는 마지막으로 “환자의 치료 거부를 본인의 진정한 의사로 볼 수 있나”라는 질문도 던졌다. ‘인권 보호’가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좀 더 고찰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여러 해외 연구 결과를 보면, 강제 입원 기준이 엄격해지면 사건이나 길거리 환자가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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