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담배가 더 위험해? 진실은 이렇다!

[최낙언 칼럼] “전자 담배, 일반 담배보다 낫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궐련형 전자 담배도 유해하다고 발표했다. 궐련형에서도 발암 물질이 검출되고 타르 같은 물질은 오히려 많이 나왔다는 것이다. 니코틴 함량도 일반 담배와 유사한 수준이라 금연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유해 물질이 존재하여 암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것이다.

궐련형 전자 담배란 충전식 전용 장치를 통해 담뱃잎을 원료로 만든 고형물을 꽂아 섭씨 250~350도 고열로 가열하여 흡연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담배 업체는 태우는 방식이 아니고 찌는 방식이라 유해한 물질이 90∼95% 적게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믿고 전자 담배를 선택한 사람에게는 식약처의 이번 발표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전자 담배, 일반 담배보다 위험하지 않아

그런데 이번 식약처의 분석 내용을 살펴봐도 여전히 전자 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낫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줄이라고 권고한 9개 성분 모두 일반 담배보다 적게 나왔다. 벤조피렌 같이 고열에서 만들어진 발암 물질은 3.3%에 불과하다.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 같이 휘발성이 있는 물질도 20~28% 정도로 낮다.

문제는 언론에서 집중 보도한 타르 성분이다. 평균 4.8~9.3밀리그램. 일반 담배의 0.1~8.0밀리그램에 비해 많다.

타르는 담배를 피울 때 나오는 잔존물인데, 찌는 방식이 태우는 방식보다 더 많이 나온다는 것은 예상 밖이다. 다만,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찌는 방식과 태우는 방식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사용자는 담배의 찌든 때가 덜 낀다고 하니 그 양만으로 전자 담배가 더 나쁘다고 확정하기 힘들다.

결국 식약처의 발표는 궐련형 전자 담배도 유해하다고 한 것이지, 전자 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더 위험하다고 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식약처가 굳이 나서서 금연이 쉽지 않으니 그나마 독성 물질이 적게 생기는 전자 담배를 선택하겠다는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줄 필요가 있을까?

궐련형 전자 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불편한 점도 많다. 입에 물고 다른 것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무겁고, 일회용이 아니라서 청소를 자주해야 한다. 충전기에서 꺼내서 담배를 끼우고 데워지는데 시간이 걸리고, 한 개를 피우면 3~5분은 재충전해야 하는 등 열거하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찌는 방식이라 태울 때 나는 특유의 냄새가 없어서 맛이 없다고도 한다. 그런데도 본인의 건강을 위해 위험한 물질이 덜 생기고, 주변에 냄새와 유해 물질의 피해가 적게 생기는 전자 담배를 선택한 사람을 칭찬해주는 것이 맞다.

전자 담배도 똑같이 니코틴이 있어서 중독성이 줄지 않아 금연에 성공할 수 없다고 하는데 전자 담배를 사용해 금연에 성공했다는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더구나 궐련형이 아니라 액체형이면 독성 물질의 종류와 양은 더욱 적다.

결국, 이번 발표는 청소년이나 비흡연자가 혹시 전자 담배는 독성이나 중독성이 없다고 착각해서 쉽게 전자 담배에 접근할까봐 그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담배, 왜 끊기 어렵나?

담배는 중독되기 정말 쉽고 끊기는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 그러니 전자 담배에도 경고 그림을 넣고, 타르, 니코틴과 여러 발암 물질과 독성 물질을 배출한다고 경고하는 것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생각해볼 일이 있다. 담배는 세금 덩어리이기도 하다. 담배 값의 74% 이상이 세금이다. 그 세금 중에 흡연자를 위해서 쓰이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 세금 중에 금연을 돕거나 궐련형 전자 담배와 같은 것을 개발하거나 그보다 훨씬 흡연자에게 유리한 것을 개발하기 위해 쓰인 비용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

나는 그동안 흡연자를 불편하게 하는 조치만 많이 봤지 그들을 도와주려는 노력을 별로 보지 못했다. 마치 담배는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쉽게 끊을 수 있으니 굳이 도와줄 필요가 없다는 듯이 말이다. 그런데 담배는 마약보다 중독성이 강해서 본인의 의지로 쉽게 끊을 수 없다. 담배는 일단 시작하면 중독률이 80%로 마약보다 2배 이상 높다. 바로 니코틴 때문이다.

니코틴은 원래 가짓과 식물들이 곤충을 회피하기 위해 만든 신경 독성 물질로 곤충에게 강력한 살충 기능을 한다. 인간도 과량에 노출되면 치명적이다. 말린 담배 잎에는 무려 0.6%에서 3.0%가 들어있고, 파프리카 고추 감자 토마토 피망 등 나머지 가짓과 작물에서도 소량은 들어 있다.

이런 천연 질소화합물 니코틴이 인간에게 역사상 가장 끊기 힘든 중독을 일으킨다. 담배에 중독되는 기본 원리는 마약이나 다른 중독과 같다.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이 체내에 흡수되고, 혈류에 의해 빠르게 퍼지고 뇌의 혈뇌 장벽을 쉽게 통과한다. 대략 7초 만에 뇌에 도달하는 것이다.

니코틴이 중추신경의 니코틴 수용체와 결합하면 뇌 보상계에서 도파민, 아세틸콜린, 노르에피네프린, 에피네프린, 바소프레신, 엔돌핀 등 많은 신경 전달 물질이 분비된다. 에피네프린은 혈중 포도당을 높이고 심장 박동과 혈압, 호흡수를 증가시킨다. 혈중에 포도당 농도가 증가하여 식욕을 감소시키고 대사를 증가시켜 일부 흡연자는 체중이 감소하기도 한다.

아세틸콜린이 증가하면 집중력 및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것처럼 느껴지고, 아세틸콜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은 경각심을 향상시켜 각성 효과를 높인다. 엔돌핀을 증가시켜 고통과 불안감이 감소한다. 니코틴의 치명적인 유혹은 뇌의 보상계의 감수성을 높이고,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니코틴은 다른 화합물처럼 시토크롬 P450효소에 의해 분해된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2시간 정도면 절반이 분해되어 버린다. 그것이 니코틴 보충의 욕망을 생기게 한다. 다시 니코틴 즉 담배 생각이 나는 것이다.

이렇게 흡연은 지독하게 반복적이다. 기억은 커다란 감정적 충격이나 반복이 지속될 때 잘 형성되는데, 담배를 한번 들이킬 때마다, 혈액에 니코틴은 출렁거리게 하고 도파민이 출렁거리게 한다. 하루에 200번의 반복으로 도저히 잊지 못할 기억을 형성한다.

이런 지독한 반복적 기억과 도파민(쾌감)의 항상성이 금단의 고통을 만든다. 쾌감은 절대 평가가 아니고 상대 평가이다. 우리 뇌는 일정한 수준의 자극에 계속 동일한 양의 쾌감을 만들지 않고, 상대적으로 더 높아진 자극에만 쾌감을 일으킨다. 담배를 처음 피울 때는 강렬한 자극이 되지만 이내 익숙해지고, 끊었을 때의 고통만 남는다. 지독한 반복으로 만든 기억이라 금단의 고통도 지독히 반복적이고 오래간다.

마약을 하면 할수록 마약의 사용량을 늘려야 하는 이유가 도파민의 항상성 때문이고, 끊었을 때 엄청 고통을 겪은 것은 도파민 분비 회로가 망가져 적절한 도파민의 분비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담배는 그나마 사용량을 계속 증가하도록 하지는 않아 용인되는 것이다.

청소년에게 전자 담배의 위해성을 가르치는 것보다 담배의 중독이 얼마나 의미 없고 지독한 것인지를 강렬하게 설명해준다면 그것이 청소년의 담배에 대한 호기심을 잠재우는데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스트레스 안 주는 게 금연 돕는 길

전자 담배가 안전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 담배에 비해 담배재가 안 날리고, 꽁초 안 버리게 되고, 옷 주머니에서 담배 가루 안 나오고, 라이터로 인한 화재나 화상의 위험이 없다, 손이나 옷에서 담배 냄새가 덜 나고, 유해 성분도 적다. 다시 말하자면, 일반 담배 대신 전자 담배를 선택한 노력은 칭찬을 받아야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 일은 아니다.

담배를 끊기 힘든 또 다른 이유는 스트레스다. 다이어트가 힘든 이유와 담배를 끊기 힘든 이유는 너무나 닮았다. 힘들게 담배를 끊었다가 회사일 등으로 격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담배가 유일한 위안이라고 다시 담배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모든 중독은 도파민 중독이다. 즐거움이 증가하면 굳이 담배로 부족한 쾌감을 채우려는 욕망이 줄어든다.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즐거움을 주는 것이 금연을 도와주는 힘이 된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다. TV 고발 프로그램에서 잘못된 먹을거리 지식을 전하는 것에 충격을 받아서, 가공 식품을 비롯한 일상생활 속 먹을거리의 과학적 진실을 알리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모든 생명은 GMO다’,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사진=Diego Cervo/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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