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가 거짓말을 하는 까닭은?

치매 환자들은 종종 거짓말을 한다. 의사나 보호자가 물으면 모르는 걸 안다고, 잊은 것을 기억한다고 대답한다. 체면 때문이다. 치매 환자로 취급받는 게 싫은 거다. 이런 체면 차리기 때문에 의료진은 간혹 환자의 증상을 놓치고, 보호자들은 거짓이 드러났을 때 환자에게 화를 내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본 구마모토 대학 연구진이 치매 환자들의 거짓말을 분석했다. 체면을 차리기 위해 얼버무리는 반응(SARs, Saving Appearance Responses)의 양상이 치매의 종류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통계적으로 살폈다. 분석 대상 환자 중 107명은 알츠하이머성 치매, 55명은 경도 인지 장애, 30명은 루이 소체 치매, 16명은 혈관성 치매 환자였다.

연구진은 환자에게 주소를 묻거나, 사람의 이름이나 물건을 떠올려 말하게 하고, 오각형을 그려보라는 등 다양한 요구를 했다.

‘갑자기 그런 걸 왜 묻느냐?’, ‘좀 전까지 기억이 났었는데…’, ‘그런 거 하기 싫다’ 등 환자들은 다양한 얼버무리기 반응을 보였고, 연구진은 거기에 점수를 매겨 집계했다.

분석 결과,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의 58%가 얼버무리기 반응을 보였다. 루이 소체 치매 환자의 20%, 경도 인지 장애 환자는 18%가 같은 반응을 보였다.

마쓰시타 마사테루 박사는 “이런 반응은 환자들이 자신에게 인지적 장애가 없음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것”이라며 “다양한 심리적 갈등이 뒤섞인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에서 이런 반응이 두드러진 것은 기억력은 쇠퇴하지만, 사고력과 판단력은 간신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얼버무리기 반응(SARs)에 주목한다면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Alexander Raths/shutterstock]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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