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를 위해…삼대의 아주 특별한 여행

아버지의 안락사를 도운 딸이 사법 당국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66세의 전직 간호사 산드라 홈즈는 지난해 10월, 아버지 존 렌튼을 스위스로 모시고 갔다. 편히 죽고 싶다는 아버지의 희망에 따른 ‘마지막 여행’이었다. 이 특별한 여행에는 그녀의 아들 스코트 홈즈(40)도 함께 했다. 사건을 조사한 노스 웨일즈 경찰은 이들 모자를 자살방조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존 렌튼이 스위스에 데려가 달라고 딸에게 청하기 시작한 건 2017년 봄부터. 아흔셋이 된 그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었다.

산드라 홈즈는 아버지와 함께 스위스로 가는 것이 법에 저촉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말한다.

“우리 아버지는 2차 대전 참전 용사였지만, 돌아갈 무렵에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뒤도 가리지 못했다. 당시의 아버지는 한때 당신이었던 사람의 껍데기였다.”

일곱 달이 넘는 준비 끝에 출발한 이들 삼대의 ‘여행’에는 이천만 원가량이 들었다. 산드라 홈즈는 스위스에 도착한 후에도 몇 번이나 아버지에게 마음을 돌리십사 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존 렌튼은 흔들리지 않고 계획을 결행했다.

영국은 안락사를 법적으로 금하고 있다. 결국, 이들은 영국 현행법상 자살을 돕거나 조장한 셈인데, 검찰이 기소하면 최고 14년 형을 받을 수 있다.

산드라 홈즈는 “나도, 아들도,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후회하지 않는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감옥에 가야 한다면, 갈 준비는 되어 있다”고 말했다. 손자 스코트 홈즈 역시 “할아버지는 놓여나길 원하셨다. 그러니 후회란 있을 수 없다”고 확언했다.

“우리가 키우는 개가 우리 아버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우리는 저렇게 아픈 개를 살려두다니 너무 잔인한 사람들이라고 고발당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나라, 영국은 인간을 그런 끔찍한 처지에 잡아놓고, 자비를 베푸는 쪽을 오히려 고발한다.”

렌튼 씨의 마지막 여행을 함께 했던 딸과 손자는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다.

[사진=Barabasa/shutterstock]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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