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폭 세대, 자살 유혹 넘어가는 대학생

[인터뷰] 송혁 전국대학교 학생처장협의회 회장

경제적 어려움, 취업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우울증 고위험군 대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대학생을 위한 별도의 자살 예방 대책이 시급하다.

보건복지부-중앙자살예방센터가 발간한 ‘2018년 자살 예방 백서’에 따르면 한국 20대 자살률은 16.4명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1.6배 높다. 특히 20대의 경우 대인 관계, 취업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과적 질병 문제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혜영 이화여자대학교 학생상담센터 특임교수는 지난 3일 열린 ‘대학생의 불안,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2007년 학자금 대출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의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를 보완해줄 대학 내 공동체도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국 130여 개 대학 학생처가 참여하는 전국대학교 학생처장협의회에서도 최근 대학생 정신 건강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련된 행동에 나서고 있다. 송혁 전국대학교 학생처장협의회 회장(건국대학교 학생복지처장)을 만나 학교 관계자가 바라본 대학생 정신 건강 문제와 대학 현실을 들어봤다.

– 대학 학생처에서 가장 신경 쓰는 대학생 건강 관련 문제는 무엇인가?

“실업난, 취업 스트레스로 고통 받는 정신 건강 고위험군 대학생이 너무 많다. 개별 대학이 실질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자살자 수는 많지 않다. 하지만 학내 건강 검진 결과 자살, 우울증 등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학생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많다.”

– 대학생 취업난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중요한 사회 문제로 거론돼 왔다. 2018년 현재 대학생들의 실상은 어떠한가?

“알다시피 우리나라 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근 10년간 입시 전쟁에 시달린다. 그나마 2000년대 초중반에는 신입생 시절 동안 고교 입시에서 벗어나 맘껏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다. 요즘 학생은 다르다. 수시 결과가 나오는 10월 이후로 학과 행정실, 교수에게 ‘어떤 과목을 선행 학습 하면 좋을지’를 묻는 메일이 수시로 날아온다. 학생 스스로 입시 지옥이 끝나자마자 취업 전선에 걸어 들어가는 셈이다.

언론이 쏟아내는 공포도 있지만, 신입생은 취업을 하지 못 하고 졸업을 유예하는 선배 대학생의 모습을 보며 더욱 불안에 시달린다. ‘취업 잘 된다는 학과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온 신입생도 취업 장수생을 보며 4년 뒤 자신의 모습을 부정적으로 상상한다.”

– 개별 대학 차원에서 자살, 우울증 고위험군 학생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건강 검진 결과를 통해 학생의 건강 실태를 파악하는 것과 그 학생을 병원, 상담소로 가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대학이 고위험군 학생 개개인에게 ‘정신 건강이 좋지 않으니 치료를 받아 보라’는 강제성을 띤 조치를 취하기란 어렵다.

대학 내에도 보건소, 상담 센터가 있기는 하지만 민간 기관에 비해 시설, 인력이 매우 열악하다. 그나마 대학 병원이 있는 학교는 상담 센터를 방문한 고위험군 학생을 대학 병원과 연계해 치료를 받도록 안내할 수는 있다. 어떤 대학은 지역 보건소,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업무 협약을 맺기도 한다.

각 대학이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대부분 대학이 등록금 동결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학생 건강 문제는 늘 부차적인 과제로 밀리게 된다.”

– 재정, 인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대학이 학생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논의되고 있나? 정신 건강 지원에는 예방 교육, 상담 센터 강화, 의료 자원 지원 등의 방향이 있을 수 있다. 대학이 정부에 바라는 지원책이 있다면?

“학생처 협의회가 대학생 정신 건강 실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지만 서로의 상황을 터놓고 정부에 특정 방향의 대책을 요구하기란 쉽지 않은 문제다. 협의체 차원에서도 정기 회의에서 모범 사례 등을 공유하고 있으나 소위 ‘집안 사정’이라고 할 만한 개별 대학의 속사정이 있을뿐더러 대학별로 규모, 지역 인프라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런 지원이 더 낫다’고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교육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 어느 부처가 되더라도 ‘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 대학 지원 사업’처럼 특정 목적 사업의 성격으로 대학생 정신 건강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좋겠다는 아이디어는 있다. 일반 사업으로 나오는 정부 예산이 온전히 학생 건강만을 위해 쓰이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투입된 예산과 지원이 학생 건강에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보다 높은 차원의 정책적 구상이 필요하다.”

한편,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자살 예방 국가 행동 계획’의 연령대별 자살 예방 대책에는 ‘청소년’, ‘군인’, ‘구직자’가 언급되어 있다.

한정훈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 사무관은 “대학생 자살 예방 정책은 교육부 소관 하에 추진된다”며 “복지부 차원에서는 중앙자살예방센터와 함께 온라인상의 자살 유해 정보를 모니터링하는 대학생 지켜줌인(人) 서포터즈 팀을 모집,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대학 평가의 ‘진로, 심리 상담 지원’ 지표를 통해 대학생 복지에 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사진=Lopolo/shutterstock]

맹미선 기자 twiligh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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