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임신은 성교의 결과, 여성 책임져야”

[현장] ‘낙태죄 폐지’ 여가부 찬성 vs 법무부 반대


‘낙태죄 폐지’ 관련 공개 변론이 열린 가운데 정부 부처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법무부는 상반된 내용의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다.

24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리는 공개 변론을 열었다. 이번 공개 변론 2012년 이후 6년 반 만에 다시 열린 것으로,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의사가 지난 2월 헌법소원을 내면서 시작됐다.

청구인은 “태아는 그 생존과 성장을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므로 태아가 산모와 동등한 수준의 생명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현행법이 여성이 임신·출산을 할 것인지 여부와 그 시기 등을 결정할 자유를 제한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형법은 임신한 여성이 낙태 시 2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임신 중절 수술을 진행한 의료인도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있다.

헌재는 지난 2012년 8월 형법상 낙태죄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합헌 4명, 위헌 4명으로 팽팽하게 의견이 갈렸다. 지난 공개 변론 시 합헌 결정을 내렸던 재판관이 퇴임한 지금 어떤 결정이 나올지 주목되는 가운데,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여성가족부 “낙태죄 폐지해야”

여성가족부는 지난 23일 헌법재판소에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다. 여가부는 현행법이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해 낙태 시술이 음성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17만 건의 임신 중절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고 추정되지만 실제 낙태죄 기소 사례는 10여 건에 불과해 사실상 낙태죄는 사문화된 조항이라는 지적이다.

여가부는 음지에서 행해질 수밖에 없는 임신 중절 수술은 여성의 생명권·건강권·임신 및 출산을 결정하는 재생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안전하게 임신 중절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침해된다는 것. 현행법상 의료인도 같이 처벌을 받아 비의료인에게 수술을 받는 사례가 많고, 의료 사고 발생 시에도 보상 요청이 어렵기 때문이다.

법무부 “낙태죄는 합헌, 폐지 반대”

법무부는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낙태죄는 합헌이며 폐지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태아의 생명 보호는 중요한 공익이며 낙태를 막기 위해서는 형사 처벌이 불기피하다는 것.

법무부는 “임신은 남녀 성교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성범죄 등으로 인한 임신을 제외하면 자의에 의한 성교는 임신에 대한 미필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을 제출했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임신이 성교의 결과이며 이는 여성의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원치 않은 임신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

법무부는 “태아의 생명권은 성장 상태와 무관하게 보호돼야 할 중대한 기본권이고, 현행법상 낙태를 일부 허용하는 등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과잉 제한되고 있지 않으므로 낙태죄에 대해 합헌 의견을 개진했다”고 말했다.

한편, 모자보건법 관련 부처인 복지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부처 차원의 공식 의견서를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bioethicsobservatory.org]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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