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게임 중독은 질병? WHO에 직접 물었다

[인터뷰] 세계보건기구(WHO) 블라디미르 포즈냑 책임자

세계보건기구(WHO) 중독 책임자가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게임 중독을 질병 통계에 포함해야할 필요성을 ‘코메디닷컴’에 직접 밝혔다.

최근 WHO가 세계 질병 통계 분류 11판(ICD-11) 초안에 게임 중독(gaming disorder)을 새로운 질병 항목으로 포함하면서 게임 업계는 ‘게임 중독이 질병이라는 주장은 비과학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난 5월에 있었던 2018년 WHO 총회에서 ICD-11 개정안 안건이 제외되자 ‘WHO가 게임 업계의 반발에 게임 중독 질병 등재를 유예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코메디닷컴’은 WHO가 게임 중독을 ICD-11에 포함하려는 이유를 묻고자 WHO 정신 건강 및 약물 중독부 책임자 블라디미르 포즈냑(Vladimir Poznyak) 씨와 단독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포즈냑 씨는 “게임 중독은 질병 통계에 포함되어야 하고 내년(2019년) 총회에서 진행된다”고 밝혔다.

– 게임 중독을 질병 목록에 포함한 ICD-11 개정안이 이번 WHO 총회 안건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이 한국에도 많이 보도됐다. ICD-11 개정안이 이번 총회의 안건에서 제외된 이유는 무엇인가? 게임 중독을 질병 목록에 포함하는 것을 둘러싼 학술적 논쟁, 게임 업계의 반대가 WHO의 결정에 영향을 준 것인가?

“ICD-11 테스트가 지연돼 원래 제출 예정 기한이었던 2018년 WHO 총회까지 시간을 맞출 수 없었다. 내년(2019년) WHO 총회에서 ICD-11 개정안 채택을 위한 발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 게임을 과하게 해서 생기는 문제를 교육이나 건강 증진 캠페인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가? WHO가 사람들이 게임을 많이 하는 현상을 질병으로 정의하고 이를 공중보건의 영역에서 다루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임 활동(gaming behaviour)을 해도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편, 게임 활동과 관련해 명백한 건강 문제를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게임을 과하게 하다가 도박 중독이나 약물 사용 장애와 비슷한 게임 중독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WHO는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많이 보고되는 게임 활동과 관련된 건강 문제, 부정적인 건강 결과를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지역 수준에서만 본다면 ‘문제를 일으킬 만큼 과도하게 게임하는 것’을 비롯한 여러 위험한 활동은 예방, 교육, 건강 증진 캠페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항상 어려운 과제다. 현대인의 식생활, 식습관 문제와 마찬가지로 문제 해결은 우리 사회 및 다른 사회 구조의 여러 부분을 서로 연결시켜야만 효과적이다.”

– 앞서 언급한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WHO가 게임 장애를 ICD-11에 포함하게 된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WHO의 결정에는 크게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임상적 유용성이다. WHO는 특정 게임 활동을 치료해야 한다는 요청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왔음을 문서화해왔다. 그러한 나라에서 나타나는 주요 임상적 특징은, 상세하게 기술된 특정 게임 활동 패턴과 그 패턴의 영향을 받은 어떤 사람의 정신적 고통, 기능 손상이 서로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특정 게임 활동과 관련된 임상 사례가 보건 영역 내에 계속 늘어날 것이라 예상되는 상황에서, 보건 전문가는 이러한 조건을 파악하고 전문적인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둘째, 게임 활동은 좀 더 넓은 공중보건 영역과도 관계가 있다. 비단 게임 중독뿐만 아니라, 게임 활동은 영양 상태, 신체 활동 등 게임을 하는 사람의 성장과 관련된 신체적-정신적 건강과도 관련된다. 보건 전문가라면 게임 활동과 관련된 위험을 미리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전문가는 건강을 위한 조언, 필요하다면 예방을 위한 개입까지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질병(disease)’ 또는 ‘장애(disorder)’라 불릴 만한 과도한 게임 행동의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 명확한 서술(description), 진단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WHO는 후속 연구를 촉진하고 보건 시스템 내에서 게임 관련 활동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자 ‘게임 중독’에 대한 국제적 정의와 서술을 제공하려 한다.

– 어떤 사람들은 ICD-11 게임 중독 진단 기준이 내성(tolerance), 금단 증상(withdrawal) 같은 기존 중독(addiction)의 핵심 증상 요소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즉, 핵심 증상 없이 일반적인 증상 요소만으로 게임 중독이라는 진단을 내리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가령, 약물 의존이라는 진단을 내리는 데 내성이나 금단 증상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게임 중독을 임상적으로 설명할 때 종종 내성, 금단 증상이 포함되기는 하지만 술, 마약 등 물질 사용 장애(substance use disorder)와 마찬가지로 이들 요소가 진단에 필수적이지 않다. WHO는 앞서 진행한 물질 사용 장애 진단 기준 연구를 통해 약물 의존에서 나타나는 몇몇 증상이 서로 깊게 연관돼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중독과 관련된 모든 증상을 포함한 진단 가이드라인은 실생활, 특히 일차 보건 의료 환경에서 유용성이 떨어진다.

또 ICD-11 개정안은 게임 중독에 관한 ‘임상 설명’과 ‘필수 진단 기준’을 제시하는 분류 체계다. 미국정신의학회(APA)의 정신 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처럼 ‘연구 진단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 어떤 이들은 심지어 게임 중독 질병 등재가 ‘일상적인 취미를 질병화해서 새로운 의학 시장을 개척하려는 의도’라는 음모론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런 음모론은 새로운 건강 상태가 개념화될 때 자주 등장한다. 여러 나라에서 도박 중독, 게임 중독을 관리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은 보통 원래 세팅된 정신 건강, 약물 사용 장애 치료를 위한 자원과 서비스 내에서 만들어진다.

우리는 치료 센터를 찾아오는 사람의 변화에 대응하도록 현재 우리가 갖추고 있는 의료 서비스의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이러한 환자에는 게임을 과도하게 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포함된다. 치료 센터의 역량 강화라는 목적을 위해 ICD-11가 제시하는 게임 중독의 정의, 진단 가이드라인은 더욱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 ICD-11 개정 추진 외에 WHO가 게임을 과하게 하는 것을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어떻게 다룰 예정인지 향후 계획해둔 바가 있다면?

“게임 중독에 대한 임상적 설명, 진단 가이드라인을 정교화하고 게임 중독 선별 도구를 개발할 계획이다. 또 게임 활동과 게임 중독의 공중보건적 의미를 WHO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탐구할 것이다.”

[사진=Azret Ayubov/shutterstock, WHO 블라디미르 포즈냑 책임자]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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