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 효과, 손 더 씻게 만든다 (연구)

‘미끼 효과’를 활용해 식품공장 노동자들이 손을 더 자주 씻게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끼 효과(decoy effect)란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무엇을 고를까 고민할 때, 제3의 선택지를 제시하면 사람들이 쉽게 선호를 결정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2000만 화소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폰 A(100만 원)와, 1000만 화소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폰 B(50만원)이 있다고 하자. 소비자들은 고성능 제품을 비싼 값에 살 것인지,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저렴한 폰을 살 것인지 고민할 것이다.

이때 A와 같은 20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했으나 130만 원짜리 C가 출시되면 상황이 바뀐다. 같은 화소 카메라가 달렸으나 30만 원이나 싼 A가 가성비가 높은 매력적인 제품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미끼 효과란 C가 미끼로 제시될 때 A를 선택하는 효과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덴버) 연구진은 중국의 식품공장 세 군데, 노동자 160여 명을 대상으로 손 위생에 관한 미끼 효과를 실험했다. 식품 공장 노동자들은 원래 한 시간마다 손을 닦아야 하고, 이를 위해 스프레이형 소독제가 지급된다.

연구진은 첫 번째 공장에서 기존 스프레이형 소독제 바로 옆에 눌러 짜는 용기에 담긴 새로운 세척제를 비치했다. 소독 효과는 스프레이형과 비슷하지만, 쓰기에 불편한 제품이었다.

두 번째 공장에는 소독용 대야를 설치했다. 대야에 손을 담가 씻으면 소독 효과는 매우 뛰어나지만, 역시 스프레이형 소독제보다 불편한 방식이다.

세 번째 공장에는 첫 번째 공장처럼 스프레이형과 눌러 짜는 소독제를 같이 비치하되 스프레이형 제품의 용기 색깔만 바꿨다.

이제 연구진은 매일 소독제 소비량과 작업대와 노동자들의 손의 위생상태를 점검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노동자들은 스프레이형 소독제만 비치했을 때보다 더 자주 손을 씻었다. 쓰기에 불편한 소독제를 함께 비치하자, 상대적으로 사용이 편한 기존 스프레이형 소독제 사용량이 증가한 것이다.

덕분에 위생상태도 크게 개선됐다. 실험 전 노동자들의 손 위생상태는 합격률은 70% 안팎이었으나 실험 기간 98%까지 올라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로 미끼 효과를 이용해 현실에서 바람직한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nudge)는 게 입증됐다”며 “병원에서도 유사한 실험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The Decoy Effect as a Nudge: Boosting Hand Hygiene With a Worse Option)는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저널에 실렸다.

[사진= i viewfinder/shutterstock]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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