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세상에서 ‘덜 스마트함’을 찾는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꿨다. 유사 이래 인류가 쌓아온 지식이 호주머니에 쏙 들어가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의사소통은 물론 기분까지 공유할 수 있다. 거기에 아무 때고 사진과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확실히 유용하고 멋진 물건이다. 그러나 이 기계가 끝없이 흘려대는 정보에 넋을 잃고 시간을 허비하다 보면 ‘이건 과연 나에게 도움이 되는 걸까? 해가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미국 주간지 ‘타임’이 스마트폰의 대안으로 덜 똑똑한 전화기를 권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보도했다.

피츠버그 대학교 브라이언 프리맥 교수는 “눈길을 사로잡는 이모티콘과 수시로 딩동 거리는 알림음은 두뇌의 보상 센터를 자극해 스마트폰을 계속 들여다보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용 게임과 소셜미디어 앱을 만들 때 개발자와 디자이너는 어떻게 하면 이용자를 오랫동안 폰에 매달리게 할까 고민한다”면서 “이런 앱에 익숙해지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필요해서 찾는 게 아니라 ‘자동’으로 빠져드는 지경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는 “스마트폰을 필요할 때만 쓰는 단순한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건 너무 야무진 꿈”이라고 지적했다.

스마트폰의 부작용에 대한 연구는 차고 넘친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증가한다는 결과부터 밥상머리에 폰을 올려두면 폰을 쓰지 않더라도 식사하는 사람들의 식욕이 떨어진다는 분석에 이르기까지.

샌디에이고 대학 진 트웬지 교수는 “첨단 기술과 좀 떨어져 지내는 것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게 최근 연구들의 시사점”이라고 지적했고, 버지니아 대학교 코스타딘 쿠쉬레프 연구원은 “스마트폰은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행복감을 느낄 기회를 박탈하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100만 원을 넘나드는 스마트폰의 가격은 차치하더라도, 이런 부작용 때문에 최근 벙어리폰(피처폰)이 재부상하고 있다. 전화를 걸고 문자를 주고받는 등 기본적인 앱 몇 개만 설치된 폰이다.

최근 미국에서 화제가 된 ‘라이트 폰(Light Phone)’은 스마트 기기에 대한 반감에서 개발된 제품이다. 최신 스마트폰과 다름없이 매끈하게 디자인됐으나, 전화 걸기, 문자, 알람, 내비게이션 기능만 들어있다.

이 폰을 개발한 미국의 킥 스타터 기업 ‘라이트(Light)’의 공동창립자 조 홀리어는 “스마트폰에 압도된 사람들이 어떤 탈출을 갈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남용은 특히 청소년들에게 문제가 된다. 소셜 미디어에 집착하는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우려하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UCLA의 게리 스몰 교수는 “젊은이들은 최신 기술에 민감하고, 일부는 편집증적으로 거기에 매달린다”면서 “사고력과 공감 능력이 발달하는 청소년 시기에 스마트 기기는 두뇌의 균형 잡힌 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리맥 교수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12살 먹은 아이와 전문적인 앱 개발자와 맞서는 건 승산 없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트웬지 교수는 “스마트폰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에겐 기본적인 기능만 있는 휴대전화를 쓰는 게 중독을 벗어나는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스마트폰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스마트폰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방법이 없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진= oneinchpunch/shutterstock]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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