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좀비’ 경보! 늘어나는 골목길 교통사고

초등학생부터 고령자까지 전 세대에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골목길 교통사고 등 일상 사고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김태호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박사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어린이, 고령자를 중심으로 경미한 교통사고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김태호 박사는 스마트폰 이용 증가와 일상 사고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를 오랫동안 진행해왔다. 최근 ‘중독포럼’이 개최한 포럼에서는 이런 김 박사의 연구 결과가 일부 소개됐다.

특히 김태호 박사가 지난 2016년 진행한 골목길 스몸비 위험 실험이 주목을 받았다. ‘스몸비(smombie)’란 스마트폰에 눈을 떼지 못하며 걷는 사람이 마치 좀비와 비슷하다는 의미로 붙여진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다. 김 박사는 “아이트래커(eye-tracker)를 이용해 보행자가 스마트폰을 보면서 거리를 걷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해 봤다”며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아이트래커의 기록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는 사람은 시선 위치가 더 낮은 쪽에 위치하고 시선이 머무는 구역도 훨씬 좁게 형성된다. 김 박사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걸을 때 시야 폭이 56%, 전방 주시율이 15% 감소했다”고 말했다.

김태호 박사는 “보행 중 사고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정보는 시각 정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길거리를 걸으며 얻게 되는 주변 정보의 90% 이상이 시각으로부터 전해진다. 가령, 스마트폰을 보지 않을 때는 눈이 높은 시선에서 여러 장소를 탐색해 먼 골목에서 차가 들어오는 것을 일찍부터 알아볼 수 있지만 스마트폰을 보고 있을 때는 차가 몸 앞까지 다가와서야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다.

보행 중 주의 분산 사고는 스마트폰 이용 증가에 따라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아직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교통사고 국가 통계는 나오고 있지 않다. 하지만 김태호 박사는 “현대해상에 접수된 2016년 스마트폰 관련 차량 대(對) 사람 사고는 2011년 대비 3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역시 지난 13일 발표한 ‘보행 중 주의 분산 실태와 사고 특성 분석’ 보고서를 통해 “삼성화재가 집계한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보행 중 주의 분산 사고 사상자 1791명 가운데 61.7%가 스마트폰 사용하던 중 사고를 경험했다”라고 분석했다.

김태호 박사는 “스마트폰 사용량이 가장 많은 10대, 20대 외에 초등학생, 중년층의 스마트폰 사용이 증가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김 박사는 “현대해상연구소가 지난 2014, 2015년 서울 지역 초등학생 3362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의 50.2%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학생들은 등하교 시 “횡단보도 주변, 골목길 등 사고 위험이 높은 장소에서도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한편, 50대 이상 고령자 연령대에서는 스마트폰 문자 사용이 타 연령대에 비해 크게 늘었다. 김태호 박사는 “연구소 자체 조사 결과 50세 이상 연령대에서 보행 중 문자 사용 인구가 크게 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통화는 청각을 이용하기 때문에 시야 확보가 가능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문자를 쓰면서 시각 정보를 놓친다”고 했다. 김 박사는 “정부의 정책 홍보로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이 줄어든 만큼,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서도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사진=granata68/shutterstock]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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