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몸무게는 개인 정보가 아니다?

‘키 170cm’, ‘몸무게 65kg’이라는 수치가 어떤 인물을 특정할 수 있을까? 헬스 케어 전문가가 국내 의료 개인 정보 사용 논의의 난점을 지적했다.

신수용 성균관대학교 디지털헬스케어학과 교수는 10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 코리아 2018 ‘의료 혁신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세션에서 “우리나라 헬스 케어, 빅 데이터 연구에서 개인 정보 사용의 가장 큰 걸림돌은 용어의 모호함”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신수용 교수는 빅 데이터 연구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개인 정보로 볼 것이냐’의 문제가 있다고 했다. 신 교수는 “현재 논의에서는 단순히 ‘나와 관련된 정보’라는 의미의 개인 정보(personal information)와 특정 개인을 지칭할 수 있는 개인 식별 정보(personally identifiable information)가 혼재돼 쓰이고 있다”고 했다.

신수용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법이 두 정보를 구분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논의 참여자들이 개인 정보를 저마다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고 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는 개인 정보를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해 알아볼 수 있는 것을 포함’한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 정의한다. 이는 단순 개인 정보보다 더 구체적인 개인 식별 정보를 가리킨다.

이러한 개인 정보의 하위 항목으로 민감 정보가 있다. 같은 법 제23조는 ‘정보 주체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민감 정보’에 ‘정치적 견해, 건강, 성 생활’에 관한 정보를 포함했다. 그러나 신수용 교수는 모든 건강 정보가 개인 식별 정보, 더 나아가 민감 정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신수용 교수는 “키, 몸무게를 자신을 알아볼 수 있는 민감한 개인 정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상 이러한 단일 정보만으로 개인을 식별하기란 어렵다”고 했다. 키, 몸무게 같은 단순 개인 정보와 성명, 주민등록번호, 영상 기록 등 개인 식별 정보는 엄연한 차이가 있지만 개인정보보호법은 이 모든 정보를 개인 정보로 정의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그러나 어떤 사람은 개인정보보호법의 정의에 따라 단순 건강 정보도 식별 가능 정보라 인식할 것”이라고 했다.

개인 정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상황에서 신수용 교수는 개인정보 비식별화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K-익명성’ 모델이 의료 데이터 연구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봤다. K-익명성 모델은 ‘160’, ‘183’, ‘154’와 같은 원 데이터 수치를 ‘150~159’, ‘160~169’, ‘170~179’와 같은 카테고리로 범주화해 데이터 식별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신수용 교수는 “환자의 미묘한 몸무게 차이에 따라 약제 투약량이 바뀌는 것처럼 의료 데이터 연구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해서만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특히 CT, MRI와 같은 이미지 데이터는 범주화할 수도 없을뿐더러 그러한 연구 결과는 신뢰할 만한 것이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신수용 교수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관윤리위원회(IRB)의 심의를 거치는 것이 현재 산업계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기관 IRB가 개인 정보 활용 이슈에 난색을 표하는 만큼 하루 빨리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길 바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shutterstock]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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