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고민 ‘여성형 유방’, 유방암 확률은?

비만 체형인 이모(남, 37세)씨는 여성형 유방을 갖고 있어 고민이 많다. 특히 최근에는 가슴에 멍울이 잡히고 크기가 커져 유방암이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 여성과 같은 유방을 가진 남성은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도 높을까.

1. 여성형 유방이란?

남성도 유선 조직이 증식하면 여성처럼 유방이 발달할 수 있다. 눈으로 봐서 확연히 유방이 커 보이면서 유두 아래에 직경 2cm 이상 유방 조직이 늘어나 있는 경우를 여성형 유방이라고 한다. 정상적인 남성의 유방은 남성호르몬(안드로겐)과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이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여성형 유방은 이 균형이 깨져 여성호르몬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유방이 커지는 현상이다.

건강한 남자도 체내에 약간의 여성호르몬이 존재한다. 하지만 남성호르몬의 양에 비하면 극히 미미해 그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성인 남성의 경우 남성호르몬이 여성호르몬보다 300배 정도 많아 유방이 발달하지 않는다. 여러 이유로 두 가지 호르몬의 균형이 흐트러지면서 남성 체내의 여성호르몬 비율이 높아지면 흔적만 남아있던 유선 조직이 자극을 받아 여성처럼 유방이 커지게 된다.

2. 여성형 유방이 많은 나이는?

최근 비만 인구가 늘면서 여성형 유방을 가진 남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사춘기 남성의 30-60%에서 여성형 유방이 생길 정도로 매우 흔하다. 사춘기 이후에 발생하는 여성형 유방은 나이와 비만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유방 촬영을 할 수 있는데, 선천적인 유선 조직보다 2cm 더 클 경우 여성형 유방으로 정의한다. 5cm 이상 더 큰 여성형 유방은 질환이 심한 상태다.

사춘기 남성에서 여성형 유방이 많은 것은 성호르몬 분비가 시작되는 10-12세에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의 비율이 일시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이 때 남성도 유방이 발달했다가 16-17세쯤 남성호르몬이 안정적으로 증가하면 대부분 사라진다. 노인의 경우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근육이 감소한다. 이런 경향은 나이가 들수록 두드러져 남성에게 드문 유방암이 발생한다.

3. 여성형 유방인데, 유방암 가능성도 커지나

남성도 유선조직이 있기 때문에 유방암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남성 유방암의 빈도는 여성에 비해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2017년에 발표된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유방암은 남녀를 합쳐서 1만9,219건, 전체 암 발생의 9%(2015년)로 5위를 기록했다.

유방암 환자의 남녀 성비는 0.004대 1로 환자의 거의 대부분이 여자였다. 발생 건수는 남자가 77건, 여자는 1만9,142건으로 여성의 암 중 2위로 나타났다. 또한 남성의 유방암은 주로 60-70세 고령에서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여성형 유방으로 멍울이 생겨 고민하는 이모씨의 유방암 가능성은 낮지만 전문의와 상의해 정밀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

고범석 서울아산병원 교수(유방외과)는 “최근에는 조기 검진의 활성화로 0-1기에 유방암 진단을 받는 환자가 늘어 3명 중 2명이 부분 절제 수술을 받는다”면서 “암을 조기에 발견하게 되면 완치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1-2년마다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 했다.

4. 간, 폐, 고환 질환 및 내분비 장애 가능성도

여성형 유방의 원인으로 간이나 폐질환, 고환질환 및 내분비 장애가 있는지도 검토해 봐야 한다. 간 경화나 신부전증, 고환의 기능 저하, 당뇨병 등을 앓으면 남성 호르몬이 적어져 근육이 붙지 않아 여성형 유방이 생길 수 있다.

병적인 여성형 유방은 남성호르몬 감소에 따른 고환염, 칼만 증후군, 클라인펠터 증후군, 뇌하수체 종양, 안드로겐 내성증후군, 영양 실조 등에 의해 생길 수 있다. 반면에 고환암이 있거나 고환에서 여성호르몬 생성이 증가하는 경우, 부신 종양, 만성간부전 등이 있어도 여성호르몬이 크게 늘어나 여성형 유방이 발생한다.

복용하는 약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고혈압, 위궤양, 심장병 치료제, 신경안정제, 에스트로겐, 전립선암 치료제, 이뇨제, 항암제, 결핵약, 무좀약, 마약에 의한 여성형 유방은 전체 여성형 유방의 10-20%를 차지한다.

이밖에 여성형 유방은 정신적 스트레스, 대상포진, 비만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환경호르몬이 그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검사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여성형 유방은 관찰이 필요하며 정기적으로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사진= ESB Professional/shutterstock]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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