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자 92% ‘경고 신호’ 보냈지만…

자살 사망자의 92%가 사망 전 말이나 행동 변화 등으로 자살 징후를 드러내는 경고 신호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유가족 5명 가운데 1명만이 경고 신호를 인지했다.

보건복지부는 3일 복지부 산하 중앙심리부검센터를 통해 실시한 심리 부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중앙심리부검센터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의뢰받은 자살 사망자 289명의 사례를 분석했으며 이에 추가로 심리 부검 면담에 참여한 자살 유가족 352명을 대상으로 자살 유가족의 특성을 분석했다.

자살 사망자 92%, 경고 신호 보냈다

발표 결과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의 92%는 사망 전 말, 행동 변화 등으로 자살 징후를 드러내는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살 유가족의 21.4%만이 고인의 경고 신호를 인지했으며, 경고 신호를 인지한 유가족의 22.8%만이 전문 기관 혹은 전문가에게 데려가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 유가족의 36.8%는 ‘걱정은 하고 있었지만 자살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33.3%는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지만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자살 사망자는 주로 부채, 수입 감소 등의 경제적 문제, 가족-대인 관계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 정신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아 자살 사망자 중 62.3%가 수면 문제, 42.6%가 급격한 체중 변화, 39.8%가 식욕 변화 문제를 겪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인의 사망 원인, 경고 신호는 연령대별로 차이를 보였다. 청년기(19~34세) 자살자는 학업, 연애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높았으며 성인기 이전에 부정적인 사건을 경험한 비율이 타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중년기(35~49세), 장년기(50~64세) 자살자는 주택 부채, 실업 등으로 인한 경제적 스트레스가 컸다. 노년기(65세 이상) 자살자는 만성 질환 등 질병으로 인한 신체적 스트레스가 높았으며 가족, 친구 등 신뢰할 만한 사회적 자원이 부족한 특징을 보였다.

자살 유가족 63%, “고인의 사망 이유 말 못해”

심리 부검 면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유가족의 심리적, 정서적 변화도 컸다. 심리 부검 면담에 참여한 유가족은 고인의 배우자·동거인(35.8%), 부모(26.4%), 자녀(21.3%)였으며 이들 가운데 59.1%는 사고 당시 고인과 함께 살고 있었다.

유가족의 88.4%는 우울, 불안, 불면증 등 정서 변화와 친인척, 친구, 직장 동료 등과의 관계를 회피하거나 단절하는 대인 관계의 변화를 겪었다고 답했다. 또 심각한 우울증(27%), 수면 문제(26.4%), 음주 문제(33.8%)를 경험하는 등 정신 건강상의 문제를 경험하고 있었다.

유가족의 63.6%는 “고인의 사망 원인을 사실대로 알리지 못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자살에 대한 사회적 편견, 상대방의 충격을 걱정해 자신의 부모나 자녀 등 가까운 가족에게도 고인의 사망을 알리지 못 했다고 답했다. ‘자신이 비난받을까봐’, ‘고인의 자살이 용납되지 않아서’, ‘당시 정황을 설명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힘들어서’ 사망 원인을 알리지 못한 유가족도 있었다.

심리 부검 면담에 참여한 유가족 85%는 면담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고인의 사망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죄책감이 줄어들고 위로를 받은 느낌이었다’, ‘면담 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한정훈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 사무관은 “심리 부검은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자살 사망자 통계와 다른 측면에서 자살 원인을 밝힐 수 있는 방법”이라며 “심리 부검 전문 요원의 상담을 통해 유가족의 심리 안정에도 도움을 주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보건 당국은 “이번 심리 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월 수립한 ‘자살 예방 국가 행동’을 더욱 충실히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심리 부검 및 유가족 상담은 경찰과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1577-0199), 정신 건강 의료 기관을 통해 신청 가능하다. 중앙심리부검센터는 “보건 당국에서 지원한 유가족 상담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역 상담소와 연계해 사례 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shutterstock]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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