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료 받은 의사가 에이즈 환자라면?

국내 논의가 전무한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 감염 의료진의 의료 행위 규제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에 감염된 의료인의 의료 행위 규제’ 논문을 통해 HIV 감염 의료인의 진료 및 의료 행위에 대한 국내외 규제 방책을 분석했다.

박창범 교수는 “국내 HIV 감염자가 나날이 증가하는 가운데 의료인도 상당수 존재할 것이라고 추정된다”며 “HIV 감염 의료인 규제 여부는 오랫동안 문제시됐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이에 관한 법적 기준이 전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HIV 감염자 수는 1만1439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1119명이 늘었다. HIV 감염으로 발병하는 에이즈(AIDS, 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는 현재 약물로 관리 가능한 만성 질환이 됐지만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죽음의 병’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

박창범 교수는 “HIV는 단순 접촉만으로 전염되지 않지 않으며 의료진의 일상적인 진료나 의료 행위로 환자에게 HIV가 전파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HIV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HIV 감염 의료진에 대한 부당 차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항암제나 항생제를 사용해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은 전염병에 특히 취약해 의료진에 대한 환자의 알 권리와 HIV 감염 의료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두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박창범 교수는 “해외에서도 HIV 감염 의료인 규제는 제각기 다르다”고 했다. 영국은 의료 행위를 통해 환자에게 HIV가 전파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판단 하에 HIV 감염 의료인의 거의 모든 의료 행위를 허용하고 있다. 반면, 싱가포르나 호주는 의료진 일부 혹은 전체를 대상으로 HIV 감염 테스트를 진행해 HIV 감염 의료인에게 일부 의료 행위만을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HIV 감염자는 일부 직업에 취업 제한 법규가 있지만 의료인은 취업 제한 직업군에 해당되지 않는다. 박창범 교수는 “HIV에 감염됐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진이 해고되는 것 역시 차별 행위의 일종이라 할 수 있으나 이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전무하다”고 했다.

박창범 교수는 “현재까지는 HIV 감염자가 의료 기관에서 겪는 차별 문제가 주로 논의돼 왔다”고 했다. 박 교수는 “HIV 감염 의료진의 의료 행위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환자의 알 권리 보호를 위해 의료진의 HIV 감염 여부를 어디까지 알려야 하는지 등 보다 폭넓은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2월 ‘일감법학’ 제39호에 게재됐다. 박창범 교수는 경희대학교 의과 대학 졸업 후 울산대학교 의과 대학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방송통신대학교 법학 석사 과정 중에 있다.

[사진= iJeab/shutterstock]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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