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학습 적령기는 몇 살? (연구)

나이를 먹으면 외국어를 배우는 게 힘들까?

언어를 습득하기에 적절한 나이가 있다는 이른바 ‘결정적 시기’ 가설이 학계의 지지를 받지만, 그 나이가 몇 살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기존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언어 습득 능력은 이르면 5세, 늦어도 10세 안팎이면 쇠퇴하기 시작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지난 1일, 미국 MIT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이 언어의 문법을 습득하는 능력은 18세, 즉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그다지 쇠퇴하지 않았다. 기존 연구가 제시한 ‘결정적 시기’보다 훨씬 길다.

다만, 문법 실력이 원어민 수준이 되려면 적어도 10세 이전에 학습을 ‘시작’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18세 사이에 외국어 학습을 시작한 아이들도 빠르게 언어를 습득하긴 했지만, 원어민 수준의 유창함에 도달하기에는 남아 있는 ’결정적 시기’가 부족했던 것.

이번 연구에 참여한 보스턴 대학교 조슈아 하트숀 교수는 ‘외국어 학습을 유아기에 시작하든 열 살에 시작하든 효과에 별 차이가 없었지만, 열 살을 넘기면 습득 능력이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어른보다 빨리 외국어를 습득하는 건 이민자 가족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실험실에 재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실험실에 성인과 어린이를 데려와서 외국어 학습을 시킨 뒤 시험을 보면 거의 항상 성인들의 성적이 더 높았다. 언어란 일상 속에서 긴 시간 동안 습득하는 것인데, 단기간 학습을 시험으로 측정하다보니 집중력 테스트가 되고 만 것.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했다. 페이스북에 ‘Which English?’라는 제목으로 10분짜리 영문법 퀴즈를 올렸다. 입소문이 나자 퀴즈를 풀겠다는 사용자들이 몰리면서 영어 학습의 단계가 다른 다양한 연령대의 데이터 67만 건이 생성됐다.

퀴즈는 예컨대 ‘Yesterday John wanted to won the race.’ 같은 문장을 제시하고 문법적으로 옳은 지 묻는 식이었다. 캐나다 사람들이 옳은 문장이라고 답할 ’I’m done dinner.’같은 문제는 응답자가 어느 지역의 영어를 쓰는 지 체크하기 위해 삽입했다.

하트숀 교수는 “앞으로 문법뿐만 아니라 악센트 등 발음의 관점에서 ‘결정적 시기’는 몇 살인지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빈 서판>의 저자로 유명한 하버드 대학교 스티븐 핑커 교수도 참여한 이번 연구는 인지저널(Journal Cognition)에 실렸다.

[사진= imtmphoto/shutterstock]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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