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고집을 꺾지 않는 이유 (연구)

서로 의견이 엇갈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고수한다. 상대의 의견을 동조할 땐 마지못해 하고, 속마음은 여전히 내가 옳다고 여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이는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반응이다.

사람은 자신의 세계관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찾고, 상반된 주장에는 의문을 품으며 반박할 수 있는 근거를 수집한다. 이처럼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과정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이스라엘 네게브의 벤-구리온대학교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은 본인의 생각과 일치하는 내용에 ‘자동’ 반응한다. 무릎반사가 일어나듯 부지불식간에 일어난다는 것.

이는 색상을 식별하는 ‘스트룹 효과’로 설명된다. 종이에 적힌 색상을 의미하는 단어와 이 단어의 글자색이 일치하지 않으면 해당 색상을 인지하는 반응시간이 지연된다. 가령 파란색 펜으로 빨간색이라고 적었다면 글자색을 곧바로 파란색이라고 답하지 못한다.

연구팀은 개인의 의견도 일치와 불일치에 따라 반응 속도에 차이가 벌어질 것이라고 보았다. 본인의 의견과 일치할 때는 자동반응이 일어나고, 불일치할 때는 반응이 지연될 것이란 의미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정치, 사회적 이슈, 개인취향 등을 주제로 88개의 의견을 만들었다. ‘인터넷은 사람을 더욱 고립되게 만든다’거나 ‘인터넷은 사람이 사교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등의 의견이다.

각 문장은 문법적으로 옳은 문장과 잘못된 문장으로 섞어 실험참가자들에게 제공됐다. 실험참가자들의 과제는 각 문장에 문법적 오류가 있는지 없는지 재빨리 찾아내는 것.

실험 결과, 문법적 오류가 없는 문장을 보고 잘못된 부분이 없다는 사실을 재빨리 찾아내는 반응 속도는 실험참가자가 해당 문장의 의미에 동조할수록 빨랐다. 본인의 의견과 일치하는 문장을 볼 때 인지 과정이 좀 더 즉각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고수는 맛있다’ 혹은 ‘고수는 역겹다’와 같은 문장에 긍정 혹은 부정의 답변을 하도록 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이 실험에서 실험참가자들의 긍정 답변은 부정 답변보다 빠른 반응 속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문장이 등장했을 때는 자동반응이 일어나는 반면, 불일치하는 문장이 등장했을 때는 이를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연 현상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았다. 의견 일치는 이처럼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좀 더 견고하게 본인의 의견을 고집할 수 있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이런 내용(That’s My Truth: Evidence for Involuntary Opinion Confirmation)은 ‘사회 심리와 성격 과학(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에 4월 4일 게재됐다.

[사진=Ollyy/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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