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병원이 왜 국산 의료 기기를 써야 하나?”

2020년 시행 예정인 범부처 의료 기기 사업 공청회에 ‘병원 현장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지적이 나왔다.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2일 ‘범부처 의료 기기 연구 개발 신규 사업 기획(안) 공청회’를 열고 범부처·전주기 지원이 가능한 의료 기기 산업 육성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토론에 나선 박건우 고려대학교 의료기기상생사업단 단장(고려대학교 의과 대학 교수)은 신 사업 계획에 대해 “의료 기기 개발 후 사업화 단계에 돌입하지 못한 업체가 안내받을 길이 생겼다는 점은 좋다”고 평가했다.

다만 박건우 단장은 “병원 입장에서 국산 의료 기기를 써야 할 이유가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단장은 “병원이 국산 제품을 쓰지 않는 주요한 이유는 ‘안전성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병원은 안전성을 위한 기관이지 혁신을 위한 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건우 단장은 국내 자동자 산업 육성, 제네릭 의약품 시장 육성 사례를 언급하며 “국내 중소 의료 기기와 해외 의료 기기를 동일 그라운드에서 경쟁하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또 “병원은 ‘국산 기기를 써야 한다’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공간이기에 다른 유인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규성 서울삼성병원 스마트헬스케어·의료기기 센터장은 의료 기기 산업 육성에 병원 내 자원을 활용하기를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의사·간호사 등 의료 기기 실제 사용자들이 제품 개선 혹은 개발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규성 센터장은 “의료 기기 임상 시험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병원 인프라가 고도화돼야 할 것”이라며 “병원 내부에 의료 기기 연구 개발 조직이 들어서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도 지적했다.

김법민 범부처 의료 기기 연구 개발 신규 사업 기획 총괄위원장은 “사업 육성에 규제 정책, 수가 지정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은 인지하고 있다”며 “연구 개발 사업이라는 사업 본래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의료 현장의 요구와 동떨어져 있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김법민 위원장은 “연구 개발 측면에 중점을 둔 기획이나 더 탄탄한 내용이 될 수 있도록 전문가의 조언을 꾸준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질의 응답 시간에 발언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연구 개발 담당 사무관은 “주요 목적 사업에 안전성 관리 내용이 없다”며 “사업단에 안전성 평가 주체인 식약처가 빠진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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