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죤’ 탈취제는 정말로 위험했나?

[팩트 체크] 생활용품 화학 물질, 위험 확인법

잊을 만하면 생활용품에 들어있는 화학 물질이 문제가 되고 있다.

얼마 전에도 환경부가 ‘피죤’ 같은 잘 알려진 기업에서 파는 탈취제(‘스프레이피죤’)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화학 물질(PHMG)이 나왔다고 발표해서 야단법석이 있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그 동안 집에서 사용했던 문제의 탈취제 때문에 불안해하는 글이 여럿 올라 왔다. 대다수 언론도 당장 큰일이라도 날듯이 대중의 공포에 편승했다. 심지어 어떤 소비자는 해당 기업에서 파는 탈취제뿐만 아니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섬유 유연제의 안전성까지 의심했다.

그런데, 탈취제에 들어 있는 화학 물질은 정말로 인체에 위험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화학 물질이 들어 있는 탈취제를 사용해도 안전하다. 그 이유는 이렇다.

–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 있는 화학 물질을 흡입해서 폐가 망가지고 죽은 사람까지 있는데 무슨 소리인가?

“가습기 살균제 화학 물질이 문제가 되었던 이유는 그것이 가습기 안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가습기는 물 알갱이를 아주 작게 쪼개서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로 내뿜는다. 그 과정에서 가습기 살균제 안에 들어 있던 화학 물질도 작게 쪼개져서 공기 중으로 내뿜어졌다. 그렇게 작게 쪼개진 화학 물질이 호흡할 때 폐까지 들어가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미세 먼지가 무서운 이유와 똑같다. 우리 주변에는 엄청나게 많은 먼지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먼지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동차, 발전소, 공장에서 나오는 미세 먼지는 그 크기가 2.5㎛ 이하로 아주 작아서 호흡만 해도 우리 몸속 깊숙이 들어와서 폐를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무서워하는 것이다.”

– 탈취제 안에 들어 있는 화학 물질은 호흡을 해도 깊숙이 흡입되지 않나?

“하나씩 짚고 넘어가자. 탈취제는 분무기 형태로 뿜어지기 때문에 가습기를 통해서 나오는 화학 물질보다 알갱이가 훨씬 크다. 즉, 직접 흡입한다 하더라도 폐까지 직접 들어가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아주 적다. 더구나 탈취제는 애초부터 흡입하는 용도가 아니라 옷에 뿌리는 용도다. 일부러 코에다 대고 뿌리지 않는 한 흡입하는 양도 적다.

한 가지 더 있다. 애초 탈취제 안에 들어 있는 가습기 살균제 화학 물질의 양도 적다. 종합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 화학 물질이 탈취제 안에 들어 있다고 하더라도 ①양도 적을 뿐만 아니라 ②코로 흡입될 가능성도 적다. ③설사 코로 흡입을 했더라도 알갱이 크기가 커서 폐까지 직접 들어갈 가능성도 낮다. 그래서 안전하다고 한 것이다.”

– 그렇다면, 환경부는 왜 제품 회수 및 판매 중지 조치를 내린 것인가?

“PHMG 같은 화학 물질이 가습기 살균제에 섞여 들어가 많은 피해를 낳고 나서 사용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법으로 사용이 금지된 화학 물질이 섞인 제품이 판매되었기 때문에 문제를 삼은 것뿐이지, 해당 제품의 위험을 평가해서 내린 조치는 아니다. 물론, 애초 해당 기업에 원료를 제공한 AK켐텍이 위해 성분이 없다고 한 것이 실마리를 제공했다.”

– 유해 물질이 분명히 들어 있는데 위험하지 않다는 설명이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

“이참에 일상생활 속 화학 물질의 위험을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지 확실히 짚고 넘어 가자. 일단 다음 공식부터 확인하자.

위해성=유해성×노출량

위해성은 ‘위험(risk)’과 똑같은 말이다. 유해성은 말 그대로 ‘해롭다(hazard)’는 의미다. 우리는 흔히 ‘해롭다’를 ‘위험’과 똑같이 생각한다(위해성=유해성). 그런데 그런 접근은 틀렸다. 위험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노출량이다. 똑같은 가습기 살균제 화학 물질(유해 물질)이 들어 있다고 하더라도 노출량에 따라서 그 위험은 달라진다.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면, 잊을 만하면 야단법석을 떨게 하는 일상생활 속 화학 물질 보도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1년쯤 전에는 메탄올이 물티슈에 들어 있다는 보도에 소비자 여럿이 놀랐다. 특히 아기에게 물티슈를 많이 사용했던 엄마 아빠가 불안에 떨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여기서도 노출량이 중요하다.

물티슈 안에 들어 있었던 메탄올은 분명히 유해 물질이다. 몸속에서 자칫하면 실명을 일으키는 유독 물질 포름알데히드로 바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티슈 안에 들어 있는 메탄올의 양은 0.003~0.004%였다(기준은 0.002%). 비유하자면 1ℓ짜리 물병 안에 아주 작은 티스푼에 살짝 묻어 있는 정도의 메탄올이 들어 있는 정도다. 이 정도에 노출되어도 위험하지 않다.

더구나 물티슈는 피부에 닦는 용도지 먹는 것도 아니다. 물티슈로 피부를 닦는 순간 그 안에 포함된 메탄올은 금세 공기 중으로 날아간다. 탈취제가 흡입하는 용도가 아니라 옷에 뿌리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이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철없는 아기가 물티슈를 입에 물고 빨 수도 있겠다. 그래도 그 양은 정말로 미미할 뿐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 환경부 발표를 놓고서 언론이 “가습기 살균제 화학 물질” 이렇게 겁을 준 것부터가 문제였나?

그렇다. 막연한 불안을 부추기는 환경부 발표도 경솔했고, 언론도 독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위험한 일을 경고하지 않은 것만큼이나 위험하지 않은 일에 호들갑을 떠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시민과 눈높이를 맞추면서 과학적 사실과 어쩔 수 없는 불확실성을 염두에 두고서 화학 물질의 위험을 조심스럽게 평가하되, 불안과 공포를 자극하며 혼란을 주는 일은 피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제대로 된 ‘위험 소통’이다.“

[사진=pigeon.co.kr]

강양구 기자 tyi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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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
  1. 마리온

    하도 당해서 정말 그런지는 의심해보고 또 시간이 지나야 알겠지. 가습기 살균제 위험성을 보도 했었는데도 문제 없다고 한것은 누구 였었던가? 또 재고소진시까지 계속 유통 시켰던 업체들은? 피해자들은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 되었지만 가해자들의 책임은 한없이 가볍기만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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