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뇌 냉동보관 업체와 절연

미국의 MIT 대학교가 신경과학 관련 신생 벤처기업, 넥톰(Nectome)과 산학 연계를 끊었다.

넥톰은 지난달 “두뇌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의식을 추출하는 것이 가능해질 미래에 대비해 두뇌를 냉동 보관하는 서비스를 시작한다”면서 “이미 25명이 우리 회사의 두뇌 보존 서비스를 신청했다”고 밝혀 의료계에 화제를 던졌다.

공상과학 소설 같은 넥톰의 계획에는 그러나 큰 난제가 있었다. 뇌를 보존하려면 마취 상태의 환자에 인공심폐 장치를 연결, 동맥에 방부처리 화학물질을 주입해야 한다. 결국, 살아있을 때 몸에서 뇌를 떼야 한다는 얘기. 이 시술을 하는 의사는 본의 아니게 누군가의 자살을 돕거나 방조하는 꼴이다.

대중의 야유와 과학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스웨덴 카롤리스카 연구소에서 분자 생물학을 연구하는 스텐 린나르손 교수는 “넥톰의 가설은 근본적으로 틀렸다”며 “사람들이 두뇌를 기증하기 위해 자살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난이 이어지자 넥톰은 최근 “두뇌 보존은 인류에게 커다란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지만, 우리의 두뇌 보존 방식을 당장 서둘러 적용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며 백기를 들었다.

불똥은 넥톰과 산학연계 계약을 맺었던 MIT에도 튀었다. 넥톰의 터무니없는 계획에 ‘MIT가 면죄부를 준 셈’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게다가 MIT 한 교수가 넥톰에 할당된 연방기금을 지원받은 사실까지 드러났다.

MIT 미디어 랩은 성명을 내 ‘넥톰의 영업 계획과 관련한 과학적 전제 등을 검토한 결과, 넥톰과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MIT의 성명에서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현 수준의 신경과학으로는 두뇌를 보관함으로써 기억과 마음을 관장하는 생체 분자를 온전히 보존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인간의 의식을 부활시키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사진= ESB Professional/shutterstock]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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