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고백 “나도 환자를 죽일 뻔했다”

경찰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관련 의료진 구속 영장 신청에 간호사 단체가 정부와 보건 당국의 책임을 물었다.

이대목동사건 대책위원회(간호사연대·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대한전공의협의회)는 3일 오전 10시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이대목동병원 간호사 구속 수사에 반대하는 기자 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 회견은 간호사 단체 회원이 자리를 채웠다.

익명을 요청한 4년차 병동 간호사 A씨는 “주사기에 약을 담아 소분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고백하기 위해 나왔다”며 자유 발언에 나섰다. A씨는 환자에게 한 번에 투여하는 약 용량이 약 한 병 용량을 초과할 경우 병원 약제부에서 필요한 만큼의 약병을 보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선배 간호사에게 물으니 한 번에 필요한 만큼의 약을 주는 것이 맞지만 수가를 인정해주지 않아 최대한 적게 보내준다고 했다”며 “그렇게 한 번 개봉한 약은 파라필름으로 봉해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썼다”고 말했다.

A씨는 “업무에 적응한 후 약제부에 전화해서 따진 적이 있으나 돌아온 대답은 ‘그게 맞다’였다”며 “더 따져 물으니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A씨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이후에는 약제부가 필요한 개수만큼 약을 보내줬다”고 덧붙였다.

A씨는 “운이 좋게도 약을 투여 받은 환자들이 살아서 병원을 나갔기에 이 자리에서 고백을 하지만 사실 이 고백은 병원과 이를 묵인한 심평원의 고백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간호사연대 소속 신규 간호사인 박정수 간호사는 자유 발언을 통해 요양 병원의 감염 관리 실태를 알렸다. 박 간호사는 “학교에서는 감염 예방을 위해 가래를 뽑는 고무관과 생리 식염수는 일회용을 사용하라고 가르치지만 이러한 교과서적인 감염 관리가 이뤄지는 병원은 거의 없다”고 했다.

박정수 간호사는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나”라고 물으며 “알고도 묵인한 것도 문제겠지만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이대목동병원 대책위는 3일 구속 영장 발부 심사 결과에 따라 추가 성명서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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