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약가 인하, 반발하는 제약사

보건복지부가 불법 리베이트 제약사에 약가 인하 행정 처분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해당 제약사는 즉각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6일 보건복지부는 2009년 8월부터 2014년 6월까지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적발 기소된 11개 제약사에 대해 평균 8.38% 약가를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약가 인하에 해당되는 의약품은 무려 340개. 이번 행정 조치로 인한 연간 재정 절감액은 약 170억 원에 이른다. 약가 인하 조치를 받는 제약사는 파마킹, CMG제약, CJ헬스케어, 아주약품, 영진약품공업, 일동제약, 한국피엠지제약, 한올바이오파마, 한미약품, 일양약품, 이니스트바이오 등 11개 사다.

이 가운데 일동제약은 약가 인하 해당 의약품이 27개에 불과하지만 인하 금액이 11개 제약사 중 가장 큰 50억 원에 달한다. 일양약품은 46개 의약품이 해당돼 약 31억 원의 손실을 입게 됐다. CJ헬스케어의 경우 해당 의약품 수가 가장 많은 120개로 28억4000만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제약사, 왜 반발하나?

CJ헬스케어 등 해당 제약사들은 불만을 터뜨리며 반발하고 나섰다.

제약사들은 복지부 행정 처분에 대해 여러 불만을 제기한다. 소송도 검토 중이다. 복수의 제약사를 취재한 결과 조심스러워하면서도 “회사 내부에서 법무팀과 관련 소송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한 제약사는 28일 약가 인하 처분 집행 정지 소송과 행정 처분 취소 소송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제약사들이 제기하는 불만은 복지부의 뒤늦은 행정 처분과 약가 인하 의약품 범위 등이다. 복지부의 이번 약가 인하는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적발된 리베이트에 대한 행정 처분. 길게는 9년 짧게는 3년 전 일이다. 2009년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된 업체의 경우 무려 9년이 지난 시점에서 행정 처분을 받게 되는 것이다.

9년 전 사건으로 해당 제약사가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면서 소비자가 아직도 리베이트를 하는 부도덕한 제약사로 인식할 수 있다. 해당 제약사는 이런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제약 업계 한 관계자는 “리베이트 법원 판결이 나왔을 때 행정 처분을 했어야 했다”며 “몇 년이 지난 뒤 행정 처분을 하면 소식을 접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불법 리베이트를 하는 부도덕한 제약사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CJ헬스케어의 경우 2009년에서 2012년까지 불법 리베이트 행위를 하다 적발됐다. 이로 인해 2013년 법원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의 행정 처분은 그로부터 약 5년 후에 행해졌다.

약가 인하 대상 의약품 품목수가 너무 과대하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한 제약사가 병원을 상대로 특정 의약품 처방을 빌미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됐다면 해당 의약품에 대한 행정 처분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복지부가 해당 의약품뿐만 아니라 병원에 들어가는 전체 의약품을 약가 인하 대상으로 포함시켰다는 것이 해당 제약사의 주장이다.

CJ헬스케어 관계자는 “리베이트 행위에 해당되는 의약품만 행정 처분을 받아야 하는 게 맞다”며 “불법 리베이트는 분명 잘못된 부분이지만 병원에 공급되는 전체 약에 대한 약가 인하는 다툼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정상적인 행정 처분”

반면 복지부는 제약사들의 이런 불만과 반발에 대해 정상적으로 이뤄진 행정 처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리베이트에 대한 행정 처분은 보통 검찰 수사 후 기소, 법원 판결까지 나온 다음 이뤄진다”며 “정확한 판결이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행정 처분을 내렸다가 무혐의 판결이 나올 경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약가 인하 대상 의약품 숫자에 대한 불만은 해당 제약사로서 불만을 가질 수는 있지만 리베이트 수사 기록 열람표 등 수사 기록을 확인하고 정당하게 행정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불법 리베이트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수수자와 제공자 모두를 강력히 제재하는 등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유관 기관과 공조 체계를 강화하는 등 리베이트 관련 제재 수단의 실효성 제고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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