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이오텍 주식 왜 파셨나요?

바이오 기업 연구 개발(R&D) 비용 회계 처리를 놓고 금융 당국의 테마 감리가 시작됐다. 연구 개발비 회계 처리 방식이 문제가 된 것.

그동안 연구 개발비를 무형 자산으로 처리했던 바이오 기업은 알아서 변화의 몸부림 중이다.

그 대가는 혹독하다. 무형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수정 처리한 일부 기업의 경우 흑자였던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차바이오텍은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한국거래소에 의해 관리 종목으로 지정됐다.

차바이오텍 얘기를 꺼낸 것은 이번 테마 감리와 맞물려 조금은 묘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차바이오텍 지분은(3월 20일 현재) 차병원그룹 차광렬 회장과 특수 관계자 23명이 대량 보유 중이다. 특수 관계자에는 차바이오텍 계열사 및 임원, 친인척 등이 포함돼 있다.

과거 차바이오텍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특수 관계자는 25명이었지만 20일을 기점으로 그 숫자가 23명으로 줄었다. 이유는 특수 관계자였던 김남호 씨와 김주황 씨가 보유 지분을 다 처분했기 때문이다.

차바이오텍 임원인 김주황 전무는 2016년 11월 25일 취득했던 1000주 전량을 지난 7일 매도했다. 차광렬 회장 사위인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도 보유 중이던 주식 8만2392주를 모두 처분했다. 특히 김 부사장은 약 19억 원가량의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김 부사장의 주식 매도 시점이 묘하다.

차근차근 살펴보자. 김남호 부사장은 2016년 4월 차바이오텍이 전환사채(CB)를 발행할 당시 10억 원을 투자했다. 언론 등에 따르면 당시 전환가액은 주당 1만4399원. 이후 1만2137원으로 조정됐다.

반면 김남호 부사장은 2017년 12월 15일과 2018년 1월 11일 각각 1만2675주, 7주를 주식으로 전환한 것을 마지막으로 총 8만2392주를 확보했다. 이 시기 차바이오텍 주가는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중이었다. 문재인 케어로 인한 줄기세포 치료제 수혜가 전망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차바이오텍이 줄기세포 연구 개발 대장주라는 증권가 평가까지 더해졌다.

실제로 차바이오텍 주가는 2017년 11월 9일, 2017년 12월 1일, 2018년 1월 2일, 2018년 1월 5일 등에 장중 신고가 또는 52주 신고가를 돌파하는 괴력을 보여줬다.

<김남호 부사장 차바이오텍 주식 매도 현황. 자료=한국거래소>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시점, 김남호 부사장은 돌연 차바이오텍 주식을 순차적으로 매도한다. 한국거래소 자료를 살펴본 결과, 2월 5일 2만2392주(처분 단가 3만5061원)를 매도한 것을 시작으로 6일 5000주(3만1157원), 7일 5000주(3만5150원), 12일 1만 주(3만5365원), 20일 1만 주(3만5150원), 26일 1만 주(3만5350원) 등 2월 한 달 동안 6만2392주를 매도했다. 3월에도 7일과 8일 각각 5000주(3만3024원), 1만5000주(3만5800원)를 매도해 보유 중인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이들 처분 단가 평균은 약 3만4500원 정도. 김 부사장은 대략 1주당 약 2만 원을 상회하는 차익을 올렸다.

일반적으로 주식을 사고 파는 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의 자유이자 권리다. 하지만 그 사람이 상장 회사 경영진이거나 친인척 등의 특수 관계자라면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말 그대로 상장 회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여러 언론은 김남호 부사장의 주식 전량 매도 행위와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회사 내부 사정을 파악하고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측, 시세 차익을 노린 것’이라는 게 언론이 제기하고 있는 의혹이다. 이에 금융 당국도 모니터링에 착수한 상태다.

김남호 부사장이 주식을 매도한 시기는 2월 5일부터 3월 8일까지로 약 한 달간 진행됐다. 이 시기 전후 상황을 살펴보자.

1월 28일 금융감독원은 바이오 기업 연구 개발비 회계 처리 문제를 조사하겠다고 밝힌다. 이날을 기점으로 업계와 각종 언론에서는 연구 개발비를 무형 자산으로 취급하고 있는 일부 바이오 기업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다. 물론 연구 개발비 중 85.2%를 무형 자산으로 처리한 차바이오텍도 예외는 아니었다.

결국 외부 감사인 삼정회계법인이 차바이오텍 회계 감사 평가를 ‘한정’ 의견으로 지정하고, 3월 22일 한국거래소가 관리 종목으로 지정했다. 주가는 곧바로 곤두박질쳤다. 관리 종목 지정 소식이 알려진 22일 전일 대비 3850원 하락한 3만3850원에 장을 마감했고, 23일에는 무려 1만150원이 하락한 2만3700원을 기록했다. 주말동안 숨고르기에도 불구하고 월요일이었던 26일 주가는 4000원이 더 하락한 1만9700원까지 내려갔다.

이와 관련 차바이오텍 관계자는 “김남호 부사장은 우리 회사에 속해 있는 사람 아니기 때문에 주식을 처분한 이유를 알 수 없고 물어보기도 어렵다”면서도 “타임라인으로 보면 시기적으로 전혀 맞물리지 않는다”며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서 선을 그었다.

김남호 부사장의 주식 매각은 2월 5일이고 감사가 시작된 날짜는 13일. 감사 결과 통보 날짜는 22일이기 때문에 사전에 정보를 미리 알고 매각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는 것이 차바이오텍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당시 정황을 좀 더 넓게 들여다보면 차바이오텍 설명과는 다르게 판단할 여지는 충분하다. 김 부사장은 금융 당국이 바이오 기업 조사 계획을 밝힌 1월 28일후 불과 8일 만에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했고, 모든 물량 매도가 끝난 시점은 3월 8일. 그리고 이후 14일 만에 차바이오텍은 관리 종목으로 지정되고 주가는 폭락했다.

머리를 갸우뚱하게 하는 궁금점도 남는다. 차바이오텍과 차광렬 회장은 감사 결과를 전혀 예측 못했을까. 실질적인 경영에 참여하지 않지만 주식을 대량 보유한 특수 관계인이자 차광렬 회장 사위였던 김남호 부사장은 회사 사정에 정말 관심이 없었을까. 보통 주주라면 회사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관심을 갖기 마련일 텐데 말이다.

지난 25일 차바이오그룹과 차바이오텍은 관리 종목으로 지정된 것과 관련해서 “뜻하지 않은 위기 상황으로 주주 여러분께 심려와 고통을 끼쳐드린 점 사과드리며, 주주 여러분의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이 위기를 반드시 극복할 것임을 약속 드린다”고 주주에게 서신을 보냈다.

서신에서 언급한 ‘신뢰’와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제기되는 의혹과 물음에 대한 차광렬 회장 사위이자 차바이오텍 특수 관계자였던 김남호 부사장의 가감 없는 대답이 가장 먼저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물어본다.

“차바이오텍 주식 왜 파셨나요?”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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