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 달라도 간이식 가능”

올해 초 방영한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문래동 카이스트’ 강철두(박호산)는 간 이식을 해줬지만 “범죄자 아빠는 싫다”는 말을 듣고 오열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그의 전 부인(김선영)은 자신이 아들에게 간 이식을 해주려고 했지만,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아 강철두를 찾아왔다. 만약 그녀가 최근의 ‘혈액형 부적합 간 이식’을 알았다면 시청자를 울렸던 강철두의 오열 장면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간 이식, 혈액형 달라도 괜찮아


간 이식은 기본적으로 건강한 간을 제공해줄 기증자가 필요한데, 기존에는 기증자와 수혜자 간 수혈이 가능한 혈액형이어야 간이식을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게다가 키와 몸무게 등 신체적 조건도 비슷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에 새로운 면역억제제와 치료법이 개발되어 기증자와 수혜자 간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아도 건강하고 크기만 맞으면 간이식이 가능해졌다. 최근의 성공률 및 생존율 또한 90% 이상 수준으로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식자와 수혜자 간 혈액형이 다른 경우에는 수혜자 몸에 존재하는 항체가 거부반응을 일으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간이식 수술 3주 전에 골수에서 혈액형 항체의 생성을 억제시키는 약을 투여하고 수술 1주 전에 기존에 만들어진 혈액형 항체를 없애기 위해 혈장교환술을 시행해 면역학적 부작용 없이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이 무사히 시행되고 있다.

기증자, 수술 후 치료받지 않아도 호전


간 기증은 혈액형은 달라도 괜찮지만, 건강상태가 양호하고 간의 기능이 정상이며 크기가 수혜자의 몸무게와 비교할 때 적합한 크기여야 한다. 또한, 기증자의 잔존 간 크기가 일정 비율 이상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대부분 오른쪽 간을 사용하며 전체 간 크기의 60~70%를 절제하게 되나 간은 일부를 잘라내도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지나면 저절로 재생해 거의 원상태로 회복되기 때문에 기증자에게는 문제가 없다. 게다가 수술 후에는 특별히 치료를 받지 않아도 저절로 호전된다.

간 기증자는 수술 후 약 1주간의 입원이 필요하다. 직장 생활 등의 정상적인 활동은 퇴원 후 2~3주 정도 요양 후 가능하다. 요양 기간 중에는 무리한 노동이나 운동을 제외한 일상생활은 가능하다. 운전, 간단한 집안일, 간단한 문서 작업 등은 할 수 있다.

수혜자, 개인위생 주의해야


이식을 받은 환자는 3~4주 정도 입원이 필요하고 이후 8주 내외의 요양 기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이식 수술 후 간염에 취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3개월 정도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는 피하는 것이 좋고 특히 감기 환자와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이식환자는 회, 갓 담근 김치, 굴 등의 날음식과 상하기 쉬운 우유나 요구르트 등은 수술 후 6개월 정도 주의하는 게 좋다.

중앙대병원 간담췌외과 서석원 교수는 “이식환자들은 새 장기에 대한 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감염에 취약하다”며 개인위생에 주의할 것을 강조했다.

간 이식, 가장 확실한 간암 치료법


간이식은 간경변증이나 간암, 말기 간 질환 등을 근본적으로 치료해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최적의 치료법이다. 하지만 혈액형 등의 조건이 까다로워 이식 수술이 어렵다는 인식이 컸다. 의료계에서는 이식수술이 현재까지 가장 확실하고 적극적인 간암 치료법이라고 말한다.

서 교수는 “간암은 간절제술 등의 치료를 하더라도 재발할 확률이 50~60%까지 높게 보고되고 있는데, 간이식을 할 경우 재발 위험이 낮다”며 “특히, 종양의 크기가 5cm 미만의 간암은 10% 이하로 낮고, 5년 생존율 또한 간암이 없는 간이식 환자와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사진=tvN]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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