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원인 알고 싶을 뿐”…끝나지 않은 예강이 사건

전예강 어린이의 응급실 사망 사건에 법원이 병원 측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환자 단체와 유가족이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나섰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오늘 14일 교대역 인근에서 ‘전예강 어린이 응급실 사망 사건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전예강 어린이(예강이)의 유가족은 2014년 진상 규명을 위해 병원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2016년 의료 기록을 허위 기재한 의료진 2인을 상대로 형사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의료진 1인에게만 벌금형을 선고했다.

유가족 측은 병원과의 공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2016년 5월 ‘의료분쟁 조정 절차 자동 개시 제도’ 도입을 위해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요구한 바 있다. 2018년 2월에는 진료 기록의 원본과 수정본 보존을 의무화하도록 의료법 개정에도 참여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예강이 유가족의 활동으로 제도, 법률 개선에 큰 진전이 있었음에도 사망 사건 자체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예강이는 2014년 1월 23일 서울 소재 한 대학 병원 응급실 도착 후 7시간 만에 사망했다. 예강이를 진찰한 의료진은 “지금 당장 아이가 잘못될 수 있을 정도로 위중한 상황”이라고 판단했지만 응급 수혈이 아닌 일반 수혈을 처방했다.

병원 협진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었다. 당시 소아청소년과는 소아신경과·혈액종양과에 협진을 의뢰했으나 응급실 전공의는 협진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요추천자 시술 처방을 내렸다.

안기종 대표는 “유가족은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협진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 대학 병원에 간 것”이라며 “많은 의료 전문가들이 전공의가 협진 체계를 무시하고 요추천자 시술을 5회나 무리하게 시도한 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유가족 측은 의무 기록, CCTV 영상을 근거로 의료진이 의료상 과실을 피하기 위해 관련 기록을 허위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형사 법원은 “범행의 죄질이 가볍지 않으나 평소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 점을 참작한다”며 당시 응급실 인턴에게 100만 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적혈구 수혈을 기록한 간호사에 대해서는 ‘고의가 아닌 실수’라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안기종 대표는 “법원은 협진 시스템이 미작동한 경우, 진료 기록 허위 기재가 명백한 경우까지 의료진의 잘못이 아닌 실수라 했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이러한 판결로 인해 앞으로 의료 사고 피해자나 유족은 진료 기록을 통한 의료 과실 입증이 거의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유가족 측은 “우리는 예강이가 병원에 갔을 때는 의사를 믿을 수밖에 없었고 소송 과정에서는 법과 판사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 믿음이 너무 컸기에 판결 내용에 충격이 크다”고 했다. 또 “유가족은 병원 측의 보상이나 의료진 형사 처벌이 아닌 예강이의 사망 원인을 정확히 알고 싶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유가족 측은 이번 사망 사건과 관련한 모든 의무 기록과 CCTV 영상을 공식 홈페이지(iamyekang.tistory.com)와 유튜브에 공개했다.

[사진=예강이 요추천자 시술 당시 CCTV 자료]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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