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too!” 신규 간호사 죽음에 연대 목소리

지난 2월 투신자살로 유명을 달리한 서울아산병원 신규 간호사의 추모 집회에 간호사와 간호대 학생들이 나섰다.

간호사연대는 지난 3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故 박선욱 간호사 추모 집회’를 열었다. 박 간호사의 자살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연대 발언과 편지 낭독이 이어진 이번 집회에는 간호계 종사자와 간호대 학생, 일반 시민 등 500명이 함께 했다.

유가족, 무수한 추측성 댓글에 고통 호소

간호사연대 최원영 간호사는 “유족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병원 측의 언론 보도와 그에 따른 무수한 추측성 댓글”이라며 유가족 입장서와 함께 유가족 측의 추가 해명 내용을 전했다.

최원영 간호사는 “병원 측에서는 고인이 마지막 근무 날 환자의 배액관을 찢은 죄책감에 자살한 것 같다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유가족 측은 배액관이 찢어진 해당 환자를 맡았던 주치의가 ‘배액관을 찢은 것이 사람이 자살할 만큼 심각한 일이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관이 찢어지고 나서 ‘당장 응급 처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문의의 판단 하에 다음 날 정규 시술을 했고, 해당 환자는 호전되어 무사히 일반 병동으로 이동했다는 것.

최원영 간호사는 “병원 측의 주장은 일반인의 오해를 살만한 내용일뿐더러 다른 의료인에게도 ‘찢어진 배액관이 굉장히 중요한 관’이라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게끔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최원영 간호사는 “고인이 항상 불안해하고 위축되어 자신감 없는 사람이라는 병원 측의 또 다른 주장을 놓고 유가족 측이 이 영상을 보여 달라고 했다”며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최원영 간호사는 “이 영상은 작년(2017년) 3월 고인이 가족 여행을 갔을 때 어르신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 모습”이라며 “비록 이 영상이 법적으로는 아무 효력이 없겠지만 박 간호사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동료 간호사의 울림…”미안하다”

현정희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은 고인의 죽음에 대해 “간호사 선배로서, 세상을 조금 더 좋게 만들겠다고 활동했던 활동가로서 미안하다”고 전했다.

현정희 본부장은 “30년 전 본인이 신규 간호사로 입사했을 때의 무섭고 힘든 감정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같이 움직였다면 고인은 이런 슬픈 선택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며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호소했다.

이수진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선배 간호사로서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그는 “26년간 활동하며 느낀 건 우리가 조용히 입 다물고 있으면 아무도 우리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간호계가 함께 목소리를 낼 것을 요청했다.

이수진 위원장은 “세브란스병원에서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태움 금지’, ‘인격 모독 금지’라는 배지를 나눠주고 있다”며 “많은 현장 간호사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운동과 실천을 하자고 결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꼭 실명을 밝혀 함께 한다는 뜻을 전해 달라’고 밝힌 김소현 서울대병원 신규 간호사는 편지를 통해 “태움은 필요악이 아니라 절대악”이라고 말했다.

김소현 간호사는 “혹자는 간호사의 작은 실수가 환자를 죽일 수도 있기에 태움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신규 간호사인 본인과 동기들이 “환자의 목숨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소한 일로 새벽 내내 메시지와 전화를 받는 일이 허다했고 상상조차 못한 일로 또 태움을 당하지 않을까 압박감에 시달리며 일했다”고 했다.

이어 김소현 간호사는 ‘태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 “태움에는 순기능이 하나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며 “태움은 간호사도 환자도 위험하게 만드는 암덩어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2, 제3의 박선욱 선생님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가만히 견디고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의료·노동계 연대의 뜻 밝혀

이번 추모 집회에는 간호계 관계자 외에 의료, 노동 단체 관계자도 참여해 연대 발언을 이어갔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안치현 회장은 “우리나라 간호사가 일인당 담당하는 환자 수는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서너 배나 많으며 이는 전공의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라며 “병원은 의료진에게 불가능한 일을 강요하고 있다”고 했다.

안치현 회장은 “직장 내 괴롭힘을 드러내는 통계가 있고 심지어 개인 기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은 어떠한 태움도 없었다며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잘못된 의료 환경을 개선하는 목소리를 내는 데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반올림 상근 활동가인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 반도체 노동자 역시 자신들이 취급하는 물질에 어떤 독성이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일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장시간 의무를 강요받고 성과 경쟁으로 내몰리며 ‘조장 언니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요’ 같은 얘기를 하면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종란 노무사는 “하루에 12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 환자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많은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서 이뤄지는 살인적인 노동 강도가 간호사의 태움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함께 뭉치자”는 연대의 뜻을 밝혔다.

맹미선 기자 twiligh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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