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간호사의 죽음은 우리 모두의 죽음”

지난 2월 자살로 숨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A씨의 입사 동료가 간호사 근로 환경의 취약함을 지적하며 병원 측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A씨의 2017년 9월 입사 동료’라 밝힌 서울아산병원 신규 간호사 B씨는 지난 2월 28일 ‘故 A 간호사의 죽음은 우리 모두의 죽음입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병원 인근 육교에 게시했다.

B씨는 “6개월 동안 함께 교육받고 같은 기숙사에서 생활했던 동료 간호사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저희 곁을 떠났다”며 “동료 간호사를 죽음까지 몰고 갈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삶은 저희가 살고 있는 삶과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B씨는 이번 사건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태움 문화가 아닌 간호사 근로 환경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간호사 한 명당 돌보는 환자 수가 많아 업무 부담이 높으며, 간호사의 업무는 환자 안전과 직결되므로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간호사의 업무 부담이 큰 상황에서 미숙한 신규 간호사는 업무 속도가 느리고 실수를 일으킬 위험이 많아 경력 간호사의 도움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경력 간호사의 업무 부담은 함께 증가한다. A씨의 죽음은 보다 근본적으로 신규 간호사와 경력 간호사 간 대립 문제가 아닌 간호사들이 내몰린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비롯됐다는 것.

현재 서울아산병원은 사건이 발생한 지 14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B씨는 병원 측이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하지 않으면서 ‘뇌 속 시한폭탄 ‘뇌동맥류’ 1만례 수술’, ‘암·장기 이식·심장병 등 고난도 수술, 한 해 6만여 건’ 등과 같은 홍보성 기사를 보도하기 바쁘다”고 지적했다.

B씨는 병원 측에 “진상 규명을 통해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고, 형식적이고 간호사의 업무 부담만 가중시키는 개선 방안이 아닌 실질적으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서울아산병원 소속 간호사와 병원 간호부가 이번 사건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요청했다.

B씨는 외부에서 간호사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데 반해 “사건의 진원지인 우리 병원에서는 어떠한 뚜렷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와 같은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사건 이후에도 가만히 침묵하고 어떠한 변화도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들은 간호계 발전에는 무관심한 집단이 되는 것”이라 강조했다.

또 B씨는 병원 간호부에 대해 “그동안 서울아산병원의 간호 혁신 및 개선 활동은 주로 간호부 주도의 활동을 각 부서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며 “간호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각 부서, 다양한 연차의 간호사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을 간호부에서 경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오는 3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A씨의 추모 집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맹미선 기자 twiligh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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