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공시’ 한미약품, 신뢰 경영 약속했지만…


#1. 2016년 9월 29일 오후 7시. 독일에서 계약 파기 소식이 한국으로 날아들었다. 한미약품이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맺었던 8000억 원 규모 항암제 기술 수출 계약이 파기되는 순간이었다.

대형 악재였다. 최대한 빨리 알려야 했다. 늦어도 다음날 30일 오전 주식 시장이 개장하기 전 공시해야 했다. 하지만 공시는 주식 시장이 개장하고도 30분이 지나고 나서야 이뤄졌다. 늑장 공시였다.

더군다나 한미약품은 미국 제약사 제넨텍과 1조 원 규모 기술 수출 계약 소식을 29일 오후 공시한 상태. 새로운 기술 수출 소식으로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던 한미약품 주가는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당연히 한미약품 투자자는 큰 피해를 입었다.

#2. 지난 2월 14일.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사 릴리에 기술 수출했던 면역 질환 치료제 임상 2상(류머티스 관절염)이 중단됐다고 공시했다. 시점이 묘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그것도 주식 시장이 마감된 시각의 기습 공시였다. 일각에선 전형적인 올빼미 공시라는 비난까지 터져 나왔다.

여론의 화살은 또 다시 한미약품을 향했다. 한미약품은 “릴리로부터 통보받은 시간이 14일 정오”라며 “거쳐야 하는 내부 검토를 거쳐 최대한 신속하게 공시했다”라고 해명했다. 한미약품이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번 공시 사태를 놓고 업계와 증권가 또 투자자의 반응은 냉랭하다.

‘신뢰 경영’ 성공적이었나?

더욱이 “정말 릴리가 14일에 임상 중단을 통보했을까”, “한미약품은 임상 중단 가능성을 미리 알 수는 없었을까”, “왜 공시 시점이 설 연휴 시장 마감 직후일까”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실시간 공유는 어렵겠지만 임상 진행 중 유효성이나 안전성 같은 이슈는 파트너사와 공유할 만한 정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기술 수출 파트너 기업과 해당 약물에 대한 임상 진행 정보를 공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릴리의 통보가 아니더라도 한미약품이 임상 중단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했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더구나 한미약품은 앞서 두 번의 늑장 공시 이후로 경영진이 나서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었다.

한미약품을 이끌어 가고 있는 임성기 회장과 권세창 사장은 2016년 늑장 공시 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나서 경영 키워드로 ‘신뢰 경영’을 내세우며 ▲임직원 미공개 정보 활용 차단 ▲초기 신약 개발 현황 공개 ▲주식 계좌 차명 거래 금지 등 내부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신뢰 회복에 힘쓰는 모습을 보여줬다. 과연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한미약품 악재=제약 바이오 업계 악재

더욱이 제약 바이오 업계에서 리딩 기업에 속하는 한미약품의 행위 하나하나는 한국 제약 바이오 산업, 특히 규모가 작은 제약 바이오 벤처 회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미약품이 국내 제약사 최초로 8조 원 규모의 기술 수출을 하면서 제약 바이오 산업과 제약 바이오주 상승을 이끌었듯이 말이다.

실제로 2016년 늑장 공시 사태가 터졌을 때 제약 바이오주 시가 총액이 5조 원가량 증발했다. 한미약품의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제약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이번 임상 중단 소식으로 주가 변동이 크지 않아 큰 파장은 없었다”면서도 “한미약품 공시 논란은 제약 바이오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미약품은 2016년 이후 ‘신뢰’를 강조해 왔다. 신뢰의 사전적 의미는 ‘굳게 믿고 의지함’이다. 한미약품이 정말 억울하다면, 경영진과 임직원이 국민, 주주, 업계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신뢰 경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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