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와 무시하기, 서로 다른 개념 (연구)

세상엔 참아야 할 일도 많고, 무시해야 할 일도 부지기수이다. 참는다는 것과 무시한다는 것, 얼핏 비슷한 개념 같다. 그런가?

참는다는 것은 자제력(self-control), 무시한다는 것은 인지 제어(cognitive control) 능력을 요한다. 둘은 혼동하기 쉬운 개념이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동일한 개념은 아니다.

자제력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당장의 욕구와 희열을 참고 견디는 능력이다. 반면 인지 제어는 마음을 산란하게 만드는 정보와 신호를 무시하는 능력이다.

언뜻 보면 두 가지 능력의 의미가 비슷해 보이지만 독일 드레스덴 공과대학교의 연구에 의하면 그렇지 않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 48명을 모집해 ‘시몬 테스트’와 ‘의사결정 테스트’를 진행했다.

시몬 테스트는 인지 제어를 평가하는데 사용했다. 스크린에 등장한 화살표의 위치를 무시하고 화살표가 이동하는 방향만 최대한 빠르게 인지하는 테스트다. 가령 화살표가 화면의 오른쪽 위에 등장해 왼쪽으로 이동한다면 최대한 빠른 속도로 왼쪽이라고 답해야 하는 실험이다.

반면 의사결정 테스트는 자제력을 평가한다. 실험참가자들은 지금 당장 적은 보상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향후 큰 보상을 위해 참고 기다릴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당장의 즐거움을 뒤로 하고 보다 큰 보상을 위해 기다릴 수 있으려면 자제력이 필요하다.

만약 자제력과 인지 제어가 동일한 능력을 요한다면 두 가지 테스트에서 모두 좋은 점수를 얻거나 반대로 모두 나쁜 점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실험 결과, 두 테스트의 결과는 별다른 상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실험결과를 통해 자제력과 인지 제어 능력 사이에 교집합 되는 부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두 능력을 완전히 동일한 개념으로 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런 내용(No evidence for common processes of cognitive control and self-control)은 심리학 기록(Acta Psychologica) 2018년 1월호에 실렸다.

[사진=fizkes/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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