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보다 무서운 연기

26일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37명이 사망했다. 그중 상당수가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된다.

화재 시 사망에 이르는 가장 큰 원인은 연기다. 피부 화상보다 유독가스에 의해 사망하는 비율이 80%에 가깝다. 불이 나면 일산화탄소(CO), 이산화탄소(CO2), 시안화수소(HCN), 포스겐(CoCl2) 등의 유독성 가스가 발생해 인명 피해가 생긴다.

화재 사고가 일어나면 일산화탄소가 특히 많이 나온다. 평소에는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해서 온몸에 산소를 공급한다. 하지만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산소보다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는 속도가 더 빨라 체내의 저산소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이산화탄소 자체는 무독성이나 호흡중추를 자극하여 유해가스의 흡입이 증가한다. 또한 5% 이상의 농도에서 의식을 잃거나 사망할 수 있다.

시안화수소는 합성수지·인조견 등의 섬유가 불완전 연소 시에 발생하는 유독가스이다. 특히 시안화수소는 0.3% 이상 농도에서 즉시 사망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포스겐은 PVC, 수지류 등이 연소할 때 발생한다. 흡입하면 심각한 폐 손상을 유발한다. 포스겐은 당시에는 자극이 크지 않지만 일정 시간 후에 폐 세포를 손상시켜 호흡곤란 증상을 야기하기도 한다. 화재 현장에 있었다면 폐 손상을 입었을 수 있으므로 외상이 없더라도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연기는 수평 방향으로 약 1초에 1m, 수직 방향으로는 1초에 3~4m까지 퍼진다. 그에 비해 사람의 보행속도는 1초에 1.2m가량이다. 대피 시에 질식사를 막으려면 젖은 손수건이나 옷으로 코와 입을 막고, 연소속도를 늦추기 위해 출입문을 닫고 대피해야 한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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