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탓 일러, 100세 노인 치료 시대 열려


삼성서울병원,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 시행
복부 대동맥류 파열 위험 100세 환자 치료

100세 초고령 환자의 질병도 치료 가능한 시대가 열렸다.

올해로 상수(上壽, 100세의 노인)가 된 복부대동맥류 환자가 수술을 받은 뒤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 김동익 교수팀이 최근 복부대동맥류 환자 김용운 씨의 수술을 담당했다. 김 씨는 주민등록상으로는 1922년 4월생이지만, 출생 신고가 늦어 실제 나이는 이보다 3살 많은 100세(1919년생)다.

초고령에 접어든 노인도 적절한 치료환경과 숙련된 의료진이 뒷받침되면 치료 가능한 시대가 열린 셈이다.

지난해 말 자전거를 타고 외출 중이던 김 씨는 갑작스러운 허리통증으로 쓰러져 지역 의료기관을 거쳐 삼성서울병원으로 왔다. 원인은 복부대동맥류였다.

복부대동맥류는 복부에 있는 동맥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병으로, 정상 직경보다 1.5배 이상 커질 때 복부대동맥류로 진단 받는다. 크게 부풀수록 동맥이 터질 위험이 크고, 대량 출혈 발생으로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는 질환이다.

지난 2014년부터 대동맥 관련 질환에 대응하기 위해 혈관외과, 심장외과, 순환기내과, 중환자의학과, 응급의학과 등 여러 유관 진료과를 모아 다학제 전담팀을 꾸리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은 즉각 24시간 대동맥전담팀을 꾸렸다.

전담팀 의료진 정병훈 외과 전문의는 지난해 12월 27일 밤 11시 김 씨가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상태를 살핀 뒤 사전에 확보한 중환자실로 옮겨 초기 대응에 나섰다.

검사 결과 김 씨의 복부대동맥류 지름은 9㎝가량 됐다. 건강한 일반인은 2㎝정도이며, 3㎝면 복부대동맥류로 진단 받게 된다.

김 씨는 복부대동맥류가 터진 상태는 아니어서 전신적 검사 등을 통해 치료 전후의 위험 요소들을 확인 받고, 계획 수술을 받았다. 김동익 교수팀은 정규수술 첫 번째로, 1월 2일 대동맥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을 시행했으며 2시간에 걸쳐 진행된 시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인공혈관인 ‘스텐트 그라프트’를 삽입해 혈관 내 압력이 동맥류 벽에 전달되지 못하게 하는 치료법이다. 파열을 방지하는 시술로, 전 세계적으로 김 씨와 같은 고령 환자에게 권장된다.

대동맥류는 나이가 들수록 발병 위험이 높다. 별다른 증상 없이 지내다 갑자기 파열되는 무서운 병이다. 하지만 이번 시술 성공은 고령 환자도 적극적으로 치료 받으면 극복 가능하단 점을 보여주었다. 나이 탓을 하거나 치료를 미루지 말고 적극 치료에 협조해야 하는 이유다.

복부대동맥류가 있는지 확인하려면 가만히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구부리고 배에 손을 올려 풍선 같은 둥근 덩어리의 박동이 느껴지는지 자가 진단해보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통증과 같은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미리 눈치 채기 어렵다. 따라서 중장년층 이상은 건강검진 시 초음파 검사를 통해 대동맥류 존재 여부를 확인할 것이 권장된다. 대동맥류가 있으면 크기에 따라 6~12개월 간격으로, 없으면 4~5년 간격으로 검사 받는다.

[사진=왼쪽부터 김용운 씨, 아들 김일호 씨, 김동익 교수]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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