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케어 시장, 돈 낼 사람 찾아라!

“미국 헬스 케어 시장은 돈이 주도하는 시장이다. 누가 돈을 낼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주형 알피니언 USA 대표가 16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스타트업을 위한 미국 헬스 케어 시장의 이해’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주형 대표는 미국 헬스 케어 시장에서는 누가 돈을 내는지, 실제로 낼 것인지, 그리고 돈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헬스 케어 시장에서 지불에 관여하는 곳은 보험회사, 의사와 병원, 정부다. 이들이 돈을 지불하게 만드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형 대표는 특히 보험회사가 돈을 내게 하려면 CPT 코드가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CPT 코드는 미국에서 표준 의료 행위에 대해 부여하는 숫자다. 보험회사는 CPT 코드에 해당하는 의료에 비용을 지불한다. 당연히 CPT 코드가 없다면 보험회사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병원에서도 비용을 받을 수 없는 진료는 하지 않는다.

CPT 코드는 인공지능 영상 진단과 같은 새로운 제품에서 문제가 된다. 아직 CPT 코드가 없기 때문에 제품이 출시된다고 하더라도 병원에서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사나 병원이 새로운 제품을 사용했을 때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음파 영상 기기는 왜 성공했나?

대표적인 사례가 초음파 영상 기기 시장이다. 초음파 영상 기기 시장은 미국에서 연간 4% 정도 성장하던 시장이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10% 성장을 하기 시작했다.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에서 정확한 위치에 주사 바늘을 꽂고자 초음파 영상을 이용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초음파 영상을 이용한 새로운 주사 치료는 CPT 코드가 부여되면서 300달러 정도의 비용을 받을 수 있었다.

반면 이후에 주사 바늘의 위치를 더 잘 추적할 수 있도록 개발된 초음파 영상 기기는 실패했다. 위치를 더 잘 찾아서 주사를 놓는다고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추가 비용을 들여가며 더 정확한 위치에 주사를 찌르는 것이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게다가 처음에 주사 위치를 잘 못 잡더라도 다시 찌르면 비용 없이 간단히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주사 위치를 더 잘 추적하도록 만든 기기가 모두 실패한 것은 아니다. 간 초음파 영상에서 바늘을 찔러 종양 부위를 지지는 치료는 성공을 거뒀다. 이 시술은 정확한 종양 부위를 지지는 것이 중요한데, 초음파 영상이 이를 돕기 때문이다. 특히 치료를 잘못할 경우 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병원의 비용을 줄이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주형 대표는 이처럼 미국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보험회사나 의료 공급자에게 이익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이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2007~2008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이 헬스 케어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것도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MS의 헬스 케어 서비스가 실패한 이유

구글과 MS는 각각 2008년과 2007년에 헬스 케어 시장에 도전했다. 환자를 중심으로 병원 진료 기록을 관리하는 PHR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실패했다.

이주형 대표는 실패의 원인을 2가지로 설명했다. 먼저 아무도 데이터를 주지 않았다. 병원이나 보험회사가 데이터를 제공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또 데이터를 주려고 해도 데이터가 전자화되어 있지 않았다. 2008년 당시 미국의 EMR 보급률은 10%가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병원이 종이 차트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개인 정보보호, 데이터 표준화 등의 문제가 끼어들면서 환자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불가능했다.

구글과 MS는 실패를 바탕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구글은 제약 회사나 의료 기기 회사와 제휴해, 빅 데이터나 인공지능 기술을 제공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데이터와 기술을 제공해 기존 제품을 더 좋게 만드는 것이다. MS는 병원 IT 솔루션 공급으로 나갔다. 최근에는 병원 IT 솔루션을 바탕으로 혈액 검사 데이터에서 질병을 찾는 등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또 이주형 대표는 병원 IT 인프라와 관련해 빅 데이터는 “답이 없다”고 단언했다. IT 인프라 공급자 사이는 물론이고, 병원과 병원, 심지어 병원 내부의 개별 과 사이에도 데이터 교류가 안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미국은 HL7이라는 데이터 표준을 따르고 있지만 국내는 HL7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단언했다. 결국 인공지능 시스템이 들어오려면 데이터가 중요한데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주형 대표는 미국 헬스 케어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대학 병원을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헬스 케어 시장은 정부, 제약사, 의료 기기 회사, 보험사, 병원 등이 아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국 기업이 새로운 제품으로 끼어들기가 쉽지 않은 구조인 것이다.

그나마 혁신적인 시도를 하는 곳이 대학 병원이다. 이주형 대표는 새로운 혁신적인 제품으로 이들을 공략해 협력한다면 미국 헬스 케어 시장에 끼어들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Valeri Potapova/shutterstock.com]

도강호 기자 gangdog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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