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얼음산 꼭대기의 수컷늑대 되리!!

꽁꽁 얼어붙은 대한민국! 쌔앵♫ 우당탕♪ 함석지붕 위를 천둥벌거숭이처럼 밟고 지나가는 칼바람. 범강장달처럼 눈 부릅뜨고 휘몰아치는 자개바람. 뒤란 감나무는 얼마나 추울까. 동구 밖 늙은 느티나무는 밤새 얼마나 떨었을까. 산등성이 홀로 선 소나무는 얼마나 이를 딱딱거리며 동동거렸을까. 용문산 천년 은행나무는 맨손 맨발 맨몸으로 기나긴 동지섣달 밤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겨울 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 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조정권 1949∼2017 ‘산정묘지1’에서>

대관령 진부령 덕장에서 뿅뿅 입 벌리고 걸려 있는 원양어선 명태들. 석 달 동안 칼바람 눈보라에 속살까지 곱게 멍든 생선 미라들.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밤늦게 시를 쓰다가 쐬주를 마실 때♬/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짜악 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양명문 시 가곡 ’명태‘에서)’ 오호라! 눈 지그시 감고 좌탈입망의 해탈세계에서 노니는 명태보살님들.

<김화성 칼럼니스트>

[사진=Akchibash Katerina/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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