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남들 따라 웃지 않는다 (연구)

누군가 신나게 웃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따라 웃게 된다. 웃음의 전염성 때문이다. 그런데 이 법칙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 있다. 사이코패스가 그렇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30배 더 웃는다는 보고가 있다. 다른 사람의 웃는 모습이 행복감을 촉발하고, 함께 웃는 과정에서 친밀감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팀의 최근 연구(Reduced Laughter Contagion in Boys at Risk for Psychopathy)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는 바로 이런 법칙에서 제외된다.

이 연구 논문은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온라인판 9월 28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청소년기 남자아이를 대상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그리고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소년은 웃음에 잘 전염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사이코패스는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죄책감을 잘 느끼지 못하며 다른 사람을 교묘하게 조정하려는 기질을 갖고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특징을 보이는 소년을 성인이 된 이후 사이코패스가 될 위험이 높은 부류로 보았다.

연구팀은 실험에 참여한 11~16세 사이 소년을 세 그룹으로 나눴다. 첫 번째 그룹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평범한 소년이다. 두 번째 그룹은 폭력, 절도, 기물 파손 등 반사회적인 행동을 한 경험이 있는 소년이고, 마지막 세 번째 그룹은 사이코패스 위험률이 높은 성격적 특성을 보이는 소년이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에게 미리 녹음해둔 웃음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이를 듣는 동안 학생의 뇌를 스캔했다.

그 결과, 두 번째와 세 번째 그룹은 첫 번째 그룹에 속한 아이보다 웃음소리를 듣는 동안 뇌의 활성화가 약했다. 활성화가 덜 된 뇌 영역은 보조 운동 영역이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이 뇌 부위는 다른 사람의 웃음에 합류할 때 더욱 활성화된다.

세 번째 그룹인 사이코패스가 될 가능성이 있는 기질을 보이는 소년은 추가적으로 앞뇌섬(anterior insula)이라고 불리는 뇌 영역의 활성화 역시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 영역은 감정 처리와 연관이 있는 부위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에게 웃음소리를 다시 들려주면서 함께 웃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사이코패스 위험률이 높은 소년은 웃음에 합류하고 싶은 욕구가 적었다. 반면 반사회적인 행동을 보인 소년은 일반 소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합류 욕구를 느꼈다.

선행 연구는 주로 사이코패스가 다른 사람의 슬픔, 두려움 등 부정적인 감정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다뤘다. 이번 연구는 사이코패스가 행복감처럼 긍정적인 감정에도 감정 이입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을 추가적으로 증명했다.

[사진=Photographee.eu/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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