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국가 책임제, ‘사람’이 문제다!

김기웅 중앙치매센터 센터장 “치매 연구 개발 ICT에서 성과 나올 수 있어”

지난 9월 보건복지부는 치매 조기 진단부터 예방, 상담, 관리 등 종합 치매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치매 국가 책임제’를 발표했다.

치매 상담과 관리를 위한 치매안심센터를 전국에 설치하고, 치매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치매 연구 개발(R&D)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계획 등이 담겨 있다. 코메디닷컴 강양구 기자(부사장)와 김기웅 중앙치매센터 센터장(분당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이 만나 치매 국가 책임제를 비롯한 치매 정책과 과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경기도 성남시 판교 중앙치매센터에서 10월 30일 진행한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정리=도강호 기자)

치매 국가 책임제, 치매와의 전쟁+9

– 중앙치매센터 센터장으로 국가 치매 정책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센터장을 처음 맡으신 게 2012년이죠?

“네, 벌써 5년이 넘었네요. 당시 제정된 치매관리법에 중앙치매센터를 지정하도록 되어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지정돼 그 해 8월에 중앙치매센터를 처음 열었습니다. 다시 전국에 광역치매센터를 설치하도록 규정이 바뀌면서 중앙치매센터도 위탁 운영으로 변경이 됐어요. 올해 6월에 분당서울대병원이 위탁자로 선정됐고 2019년 말까지 운영합니다.

– 중앙치매센터를 만든 치매관리법은 문재인 정부의 치매 국가 책임제와는 어떤 관련이 있습니까? 그러고 보니,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도 ‘치매와의 전쟁’을 했었죠.

“치매관리법과 치매 국가 책임제는 법령과 구체적인 정책의 관계죠. 지적하신 대로, 2008년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 때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1차 치매 관리 종합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게 치매관리법입니다. 치매 인프라를 구축하고, 치매 조기 발견 등의 활동을 정권에 상관없이 국가가 추진하도록 법제화한 것이죠.

– 2008년 이후로 치매 진단율이 높아진 성과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치매 진단이 많아졌죠. 그런데 치매는 진단 후에 관리가 길고 힘든 질환입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 대한 지원이 미약했습니다. 또 치매는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한데 예방 정책도 미비했죠. 1차 치매 관리 종합 계획의 한계입니다. 2차 치매 관리 종합 계획은 1년 앞당겨서 2012년에 만들어서 2015년까지 진단 후 서비스 면에서 여러 가지가 보완되었습니다.

치매중앙센터, 치매광역센터 등의 인프라도 이 과정에서 설치되었고요.”

– 지금은 3차 치매 관리 종합 계획이 추진 중이죠.

“그렇습니다. 3차 치매 관리 종합 계획은 2015년 말에 수립됐습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추진 중입니다. 3차 치매 관리 종합 계획에서 국가가 해야 하는 인프라 구축 등의 방향이 정교해지고, 지금까지 들어가지 않았던 치매 환자의 인권과 같은 부분도 사업으로 추가됐습니다. 치매 대응의 내실을 다지고자 한 것이죠.

그런데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내실을 다지는데 재원을 얼마나 투입할 것이냐가 불투명했습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문재인 정부의 치매 국가 책임제가 등장했다. 문재인 정부는 3차 치매 관리 종합 계획의 큰 공백이었던 재원 투입을 비롯한 여러 문제를 극복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김기웅 센터장은 문재인 정부의 치매 국가 책임제의 내용을 크게 4가지로 요약해서 설명했다.

– 치매 국가 책임제에 바로 3차 치매 관리 종합 계획의 공백을 해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죠?

“치매 국가 책임제는 3차 치매 관리 종합 계획이 가리키던 여러 계획을 담고 있죠. ① 대국민 치매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② 치매안심센터 전국 설치 ③ 치매안심요양병원 확충 ④ 노인 요양 보험의 수혜 범위가 작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부분의 보장성 강화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특히 세 번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치매 환자는 가벼운 상태로 있다가 어느 순간부터 가족이 돌보기 힘든 정신 행동 증상을 보입니다. 이때부터 전문 시설의 도움이 필요한데, 지금까지는 철저히 가족이 책임을 졌어요.

국립 요양 병원이 치매 환자를 돌보는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그걸 감당할 능력이 없었죠. 정신과나 신경과 전문의를 확보한 병원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 치매 환자는 손이 많이 가지만 간호사나 요양사를 추가로 고용하지도 않았고요. 치매 국가 책임제에서 치매안심요양병원을 확충하게 되면 환자나 가족이 전문 기관에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인력 양성, 치매 국가 책임제 성공의 조건

그렇다면, 치매 국가 책임제가 성공하려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일까? 김기웅 센터장은 치매 국가 책임제가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해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여전히 인력 양성과 관리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치매 관리 전문 인력 양성이 치매 국가 책임제 성공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 치매 국가 책임제의 추진 과정에서 걱정되는 대목도 있지요?

“인력 부분입니다. 시설이나 예산은 한 번에 투자할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람은 돈이 있다고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치매 국가 책임제 성공의 관건은 전문 인력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내년부터 당장 인력을 교육 양성하는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이 연이어 진행되지 않으면 환자나 국민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교육 시스템의 현황은 어떤가요?

“보건복지부에서 간호사, 사회복지사, 가족, 의사 등을 대상으로 치매 인력 양성을 해마다 몇 백 명 수준으로 10년 가까이 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심화 교육 체계가 없는 단층 시스템이고, 교육도 실무보다는 소양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치매 환자를 돌보면서 치매에 대해 알아야겠다고 느끼는 이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정도의 교육입니다. 교육 후 직무 활용에 아쉬운 부분이 있지요.”

– 그렇다면, 당장 직무에 필요한 인력을 교육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겠네요.

“전국 치매안심센터 종사자만 7500명, 치매광역센터까지 합치면 8000명 정도의 종사자가 있습니다. 전국에 몇 십 개의 치매안심요양병원이 생기면 병원 종사자 또 직접적인 치매 관리 책무를 지는 인력도 단시간에 많이 생깁니다. 치매 인력 양성 과정을 직무 교육과 소양 교육으로 세분화해서 설계가 필요합니다.”

– 다른 분야의 경우를 보면, 교육 후 인증 관리 시스템이 엉망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력 관리를 위한 시스템도 필요합니다. 직무 교육은 이력 관리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교육 이력과 경력을 합쳐서 전문성을 판단하려면 데이터가 쌓여야 합니다. 누가 어디에서 일정 기간 동안 어떤 교육을 받았고, 또 어디서 얼마나 일을 했는지 데이터가 있으면 인증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좋은 인력이 모여 있는 기관을 우수 기관으로 인증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교육, 이력 관리, 인증 3단계로 발전시켜야죠. 당장 내년에는 교육 시스템 정비를 시작해야죠.”

재정 부담, 비용 효과도 고려해야

문재인 정부의 치매 국가 책임제를 놓고서 재정 부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김기웅 센터장은 비용 효과를 강조했다.

– 치매 국가 책임제의 재정 부담 지적도 많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보죠. 서울에서 10년째 치매안심센터를 운영 중입니다. 소당 12명 정도의 규모입니다. 여기에 없는 기능이 주간 보호 기능인데, 이건 서울시에서는 별도 사업으로 하고 있어요. 하지만 지방의 치매안심센터는 주간 보호 기능이 들어가야 합니다. 지방은 민간에서 환자 규모가 작어서 수지가 맞지 않아서 주간 보호 사업을 안 하니까요.

결국 지방은 주간 보호 기능을 넣어서 치매안심센터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방 사업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사업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지요. 결국에는 한정된 재원을 우선순위를 두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식으로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인력 고용 등 인건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겠죠.

지방마다 인구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규모에 따라서 12~25명 사이의 4가지 모델 가운데 선택해서 치매안심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어요. 여기에 대략 5000명을 신규 선발하는 계획을 잡고 있습니다.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업무를 시작하고 단계적으로 인력을 충원하는 방법입니다. 비용 경제적으로 효과가 있죠.

실제로 5000명을 한 번에 선발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지방으로 갈수로 인력이 없기 때문에 치매안심센터 수요에 맞춰서 인력이 재배치되는데 시간이 걸리죠. 그렇다면, 가장 비중이 큰 인건비도 순차적으로 늘어나는 식이 될 거예요. 이렇게 설계를 잘하면 비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그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 보장성 강화도 중요하지만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혜택이 커지면 당연히 너도나도 수혜자가 되려고 할 테니까요.

“보장성 강화의 대상이 되는 요양 보험 대상자 확대 기준이 선명해야 합니다. 기준에 부합하는지 판정도 정교해야 하고, 판정을 공정하게 잘 하는지 감시도 해야 합니다. 이런 것이 없으면 도덕적 해이나 재정 낭비가 많을 겁니다. 예측한 수보다 혜택 때문에 생기는 치매 환자가 많아지면 보험 재정이 타격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특히 초기 환자는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고, 비전문가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도 설계가 잘 되지 않으면 재정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설계를 잘 해서 대비해야죠.”

치매 연구 개발, ICT·상품화가 관건

– 치매 국가 책임제에는 치매 연구 개발 내용도 담고 있지요?

“치매 관리 종합 연구 기획을 합니다. 지금까지 암은 연구 개발을 국가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했습니다. 반면에 치매는 여러 곳에서 조금씩 수행했습니다. 다 모아보면 340억 원 정도로 규모도 작았죠. 암 연구의 7분의 1정도입니다. 치매 환자 수도 암 환자보다 많고 암보다 치매가 치료 비용이나 사회 비용도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적은 것입니다.

연구 관리 자체도도 열악합니다.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연구를 여러 곳에서 수행하다보니 중복도 많고 빠진 것도 많습니다. 상호 연계를 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하는데 그것도 못하고 있어요. 이제는 치매 연구 개발도 제 궤도에 오를 수 있게 됐다고 봅니다.”

– 치매 연구 개발의 국내 수준을 외국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일단 임상적인 부분에서 진단과 치료는 동등하거나 더 나으면 나았지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연구 개발의 경우는 격차가 큽니다. 여러 영역이 있지만 신약 개발은 엄청 느립니다. 우리는 후보 물질을 찾는 정도이지만 미국이나 유럽은 2상 3상에 들어간 신약만 몇 십 개입니다. 20년 정도 차이나는 것 같습니다.

유전체 연구는 요즘은 국제 컨소시엄 구성이 대세니까 우리도 참여는 하지요. 하지만 리더가 아닙니다. 코호트 연구도 외국은 20년 된 것도 많은데, 우리는 이제 8년 정도니까 10년 이상 떨어진 것이죠. ICT, IoT(사물 인터넷) 등과 관련해 기술 잠재력이 있다는 걸 빼고 보면, 몇 년은 뒤졌습니다.”

– 그렇다면, 결국 치매 연구 개발도 선택과 집중이 중요할 수도 있겠군요. 선택과 집중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만.

“당장 기반 기술 수준으로 보면 ICT, IoT를 기반으로 하는 케어 테크놀로지를 잘 설계해서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국제적인 경쟁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기술력만 놓고 보면 제일 가능성이 있어 보여요. 다만, 앞에서 지적했듯이 부처마다 연구 개발 지원도 따로 하고 그래서 비슷한 앱(어플리케이션)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수준에서 끝나면 안 됩니다.

결국 연구 개발의 성공 여부는 시장 진입입니다. 연구 개발, 임상 시험, 시장 진입까지 전 사이클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한다면 ICT, IoT 분야에서 5년 내에 성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만의 특장점도 있습니다. 이제 단위 시간당 많은 환자가 지역 센터에 모입니다. 데이터가 단기간에 쌓이기 때문에 연구 측면에서 장점이 있어요. 진단 툴을 만들기에 유리하죠.”


“치매 예방, 나쁜 짓을 하지 말라!”

– ‘코메디닷컴’ 기사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것이 치매 기사입니다. 치매로 고민하는 독자를 위한 예방법을 알려주신다면?

“3-3-3 치매 예방 수칙을 항상 이야기합니다. ① 운동, 식사, 독서를 권하고 ② 금주, 금연, 머리가 다치지 않도록 하고 ③ 고혈압, 당뇨 등을 예방하고자 정기 건강 점진을 받고, 가족 친구와 자주 연락하고, 보건소에서 매년 치매 조기 검진을 받는 3권, 3금, 3행입니다. 결국 치매 예방의 특별한 마법은 없습니다. 나쁜 짓만 안 해도 됩니다.

몸에 좋은 걸 찾아 먹는데 신경 쓰지 마시고 해로운 걸 안하는데 집중하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굳이 무엇을 하자면 특히 운동을 권하고 싶어요. 일주일에 30분 정도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3회 이상 하면 치매 위험을 30%까지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단일한 예방법으로는 운동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그러니까 운동을 생활화하시면 좋겠습니다.

중앙치매센터는 치매 예방 실천을 유도하고자 치매 체크 앱을 만들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스마트폰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뇌 건강을 증진하는 기능을 넣고, 일정 주기마다 치매 위험성을 체크하는 등의 기능이 있습니다. 이런 앱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서 보급하는 것도 효과 있는 예방이 될 수 있습니다.”

[사진=청와대]

도강호 기자 gangdog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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